[기자수첩]삼성 차량 반도체 사업의 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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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초에 당시 이명박 대통령은 이렇게 지시했다.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가 첨단 자동차 분야에서 협력해 결과물을 만들 수 있도록 그림을 그려 보세요.”

그해 7월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는 이윤호 지식경제부 장관 주재로 `자동차·반도체 상생협력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자동주차 시스템온칩(SoC), 스마트키용 SoC, 연비 개선 배터리 센서 반도체를 개발하는 것이 골자였다.

이 사실이 공개되기 전에 마찰이 적지 않았다고 한다. 당시 현대자동차 관계자는 삼성전자를 믿을 수 없다고 했다.

“삼성카드가 르노삼성자동차 지분을 19.9% 보유하고 있다. 우리의 최신 차량 정보를 그쪽에 넘겨도 되겠느냐.” “생산을 최소한 15년 이상 유지해야 한다. 삼성이 그렇게 할 수 있나.”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중간에 낀 팹리스 업체가 바로 씨앤에스테크놀로지(현 아이에이)다. 결과적으로 2009년 삼성과 현대가 체결한 협약은 이렇다 할 결과를 내지 못한 채 끝이 났다. 이 과정에서 아이에이 주인은 삼성 반도체 출신 서승모 사장에서 현대자동차 총괄 부회장 출신 김동진 회장 대표이사로 바뀌었다. 지금은 가장 유망한 차 반도체 업체로 도약했다. 삼성전자는 아직도 소비자 기기용 반도체가 주력이다.

현대자동차가 7년여 전에 제기한 문제는 지금 똑같은 협약을 체결한다 하더라도 동일하게 터져 나올 수 있다. 르노삼성자동차 지분 관계야 논외로 치더라도 `장기간 생산 유지`는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부가 풀기엔 너무나 어려운 숙제다. 삼성은 지금까지 수명 주기가 짧고 종류가 적은 제품을 대량 생산하는 체제로 회사를 이끌어 왔다. 다품종 소량 생산, 장기간 제품 생산 체제로 가면 채산성에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는 구조다. 차량 반도체의 높은 신뢰성 요구 조건을 통과하는 것도 만만치 않다.

차량 전력반도체 전문업체 리니어는 단종이 없다. 인피니언, NXP 같은 회사도 15년 동안 제품 생산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생산 품목도 상당히 많다.

이런저런 조건을 따져 보면 삼성의 해법은 인수합병(M&A)밖에 없다는 결론에 이른다. NXP는 부채를 포함해 약 18조원에 프리스케일을 사들였다. 삼성이 이런 베팅을 할 수 있을까. 아니면 뼛속까지 각인된 소품종 대량 생산 DNA를 바꿀 수 있을까.


한주엽 반도체 전문기자 powerusr@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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