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식품회사 아지노모토는 아미노산 관련 응용 제품으로 유명하다. 식품회사 특성상 지역적 한계가 있음에도 일찌감치 글로벌 진출을 타진했다. 27개 진출 지역, 130개 판매 지역과 함께 해외 매출 비율은 50%가 넘는다. 특히 아지노모토는 태국 조미료 시장 점유율 26% 이상으로 해당분야 1위를 차지한다. 조미료와 가공식품 매출액만 1000억엔(약1조500억원)을 넘는다.
이처럼 잘 나가던 아지노모토에 위기감을 일깨운 것 중의 하나가 캔커피 `버디(Birdy)` 였다. `버디` 역시 태국 시장 점유율 70%를 차지하고 있었다. 1위를 차지한 자의 오만함이었을까, 출시 후 20년간 제품 개선이 거의 없었다. 경쟁사 네슬레는 `버디`에 대응하기 위해 에스프레소 풍미의 제품을 내놓으면서 아지노모토의 고객을 빼앗아 갔다.
지식재산권 관리에 있어서도 문제가 발생했다. 인공감미료 아스파탐의 특허와 관련한 사내 직무발명 보상금 소송이 벌어졌다. 아스파탐의 양산 제법은 사내 개발자가 발명해 현재 일본, 미국, 캐나다, 유럽 등에서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발명자는 발명특허의 대가로 20억엔(약100억원)을 청구하는 소를 2002년 도쿄지법에 제기했다. 과거 퇴직 때 받은 특허보상금 1000만엔(약1억원)은 너무 적다는 불만이었다.
법원은 1억9935만엔(약20억원)을 대가 적정금액으로 봤고 회사에 차액 1억8935억엔 지불을 명했다. 1심 판결로 발명자와 아지노모토는 모두 공소했고, 2심의 도쿄고등법원의 화해권고를 받아들여 회사가 1억5000만엔을 지불하는 것으로 결론났다. 발명자는 명예와 직장을, 아지노모토는 유능한 인력과 사회적 평판을 잃었다.
이 외에도, 아지노모토의 라이신 제품과 같은 벌크위주의 사업형태가 갖는 수익 저하도 문제였다. 단순 식품회사에서 아미노산 소재와 발효기술을 기반으로 한 전문기술 회사로의 변신이 요구됐다. 이러한 위기 앞에서 아지노모토는 전열을 재정비한다. 세계 상위 10개사를 분석해 2020까지 글로벌화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아지노모토사 마스코트인 빨간 팬더는 그렇게 세계 제일의 식품 회사를 목표로 뛴다. 적당주의를 깨고 내부 분석과 철저한 경영 혁신을 추진해 외연을 확대하는 것이다. 아시아태평양 권역 시장의 매출 규모를 현재의 2배, 3배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또 아미노산 관련 기술을 활용해 의료 기술에까지 넓히고 있다. `아미노인덱스`라는 암 조기진단 기술을 이용해 5ml의 혈액 시료로 췌장암 등의 발암 리스크를 분석한다. PC의 CPU용 절연시트에도 아지노모토의 아미노산 기술이 적용된다.
이러한 노력은 아지노모토가 단계별로 확장해 나가는 기술 전략의 일환이다. 소재에서 출발해 △배합을 통한 적용분야 확장 △고객 니즈에 적합한 솔루션 개발 △미지의 가치를 발견해 제공하는 것으로 확장된다.
아지노모토의 기존 비즈니스 모델이 양산 기술과 가격을 낮추는 대량 생산 모델이었다면, 그들이 추구하는 것은 과학과 기술경영을 통한 안정적인 고수익확보형 모델이다. 기술개발, 사내 제도 개선, 인력 양성 등의 자기 혁신을 통해 글로벌 식품전문회사로 탈바꿈해간다. 둔중한 몸매와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기예와 근육을 연마해 뜀박질하는 팬더를 보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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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승현 IP노믹스 전문객원기자 yoon.shyu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