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보다 관람객과 참가기업이 부쩍 늘었네요. 중국 디스플레이·반도체 시장이 살아 움직인다는 느낌이 들 정도입니다.”
중국 상하이국제엑스포센터에서 지난 15일부터 17일까지 열리는 `평판패널디스플레이(FPD) 차이나 2016`과 `세미콘차이나`에 역대 최대 규모의 참관객과 기업이 몰렸다. 디스플레이와 반도체 산업을 적극적으로 육성하려는 중국 정부 의지와 빠르게 성장하는 후방산업 기업 분위기가 담겼다. 국내 전시에서 보기 힘든 해외 기업도 부스를 꾸리고 기술과 제품을 소개하는 열기가 뜨겁다.
전시회장에서 만난 국내 기업 임원은 올해 전시회를 `살아있는 중국 시장을 그대로 느낄 수 있을 정도`라고 평가했다. 해외 유명 장비·부분품·소재 기업은 물론이고 중국 디스플레이, 시스템반도체, 파운드리, LED, 태양광 등 다양한 분야에 걸친 기업이 전시장을 가득 메웠다.
기술 유출을 우려해 대부분 제품 정보를 인쇄물로 전달하는 국내 전시와 달리 대형 장비를 직접 전시하고 시연하는 모습이 자주 눈에 띄었다. 8인치, 6인치 등 다양한 크기의 사파이어 잉곳과 태양광 잉곳 실물도 등장했다.
참관객 열기도 뜨겁다. 대형 장비는 물론이고 초소형 반도체에 이르기까지 각 분야에 걸쳐 숨은 기업과 제품을 발굴하려는 바이어가 전시장을 가득 메웠다. 전시장이 문을 여는 오전 9시 전부터 줄을 서 입장하려는 발걸음이 이어졌다.
세미콘차이나와 FPD차이나를 5년째 방문했다는 한 국내 기업 관계자는 “지난해보다 참가 기업수와 관람객이 모두 늘어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5년 전만 해도 N1홀부터 N3홀까지 3개 홀만 사용했는데 올해는 N5홀까지 모두 부스가 가득 찼다”며 “참가 기업이 몰리니 자연스럽게 관람객도 늘어난 것 같다”고 혀를 내둘렀다.
중국에서 새로운 성장 기회를 모색하는 국내 디스플레이·반도체 분야 장비·부분품·소재 기업도 이번 전시에 상당히 공을 들인 모습이다. 국내 액정표시장치(LCD) 투자가 줄고 대기업과 소수 협력사 생태계가 견고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분야에 진입하지 못한 많은 기업이 중국에서 기회를 찾는 모습이다.
국내 OLED 재료기업 머티어리얼사이언스도 중국 진출을 노리는 중소기업 중 하나다.
이 회사 관계자는 “국내 OLED 제조사는 이 분야 대형 소재기업과 협력관계가 상당히 견고해 많은 중소 재료기업이 기회를 확보하기 힘든 게 현실”이라며 “중국에서 OLED 투자에 관심이 큰 만큼 중국에서 기회를 발굴하려 한다”고 말했다.
국내 부분품 기업도 중국 진출을 노린다.
메탈케이스, 엣지 디스플레이, 강화유리 등을 가공하는 장비의 핵심 부분품인 고성능 에어 베어링 스핀들을 공급하는 알피에스(RPS)는 국내 시장을 넘어 중국 진출을 타진한다. 현지서 LED 시장이 커지는 등 관련 가공장비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보고 부분품 공급 확대 가능성에 기대를 걸었다.
반도체·디스플레이용 장비 재료인 실리콘, 쿼츠, 사파이어, 세라믹 등을 공급하는 비씨엔씨(BC&C)도 중국으로 영역 확대를 시도한다. 중국 설비 투자가 커지는 만큼 자사 제품과 브랜드를 적극적으로 알릴 방침이다.
국내 중견 장비기업 세메스와 원익IPS도 올해 중국 진출이 목표다. 세메스와 원익IPS는 별도 부스를 꾸리고 반도체·디스플레이 장비를 선보였다. 삼성전자와 삼성디스플레이 핵심 협력사로 성장한데 이어 올해부터 중국을 비롯한 해외에 장비 공급 실적을 확보하는 게 목표다.
전시에 참여한 한 기업 관계자는 “중국의 디스플레이·반도체 투자 규모를 고려하면 국내에만 머무를 수 없다”며 “중국에서 가시적 성과를 거둬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구조가 심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상하이(중국)=
배옥진 디스플레이 전문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