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고가 이세돌 9단을 연이어 격파하며 인공지능 우위를 확인했다. 불리한 상황에서 강력한 수읽기로 격차를 좁히더니 후반 끝내기에서 역전극을 펼쳤다. 인공지능 연산·분석능력을 인간이 따라잡기 어려워 보인다.
알파고는 10일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구글 챌린지매치’ 바둑 대국 2국에서 이 9단에게 승리했다. 전날 1국에 이어 불계승을 거뒀다. 알파고가 흑을 잡고 이 9단이 백을 뒀다. 대국은 전날과 마찬가지로 덤 7.5집, 호선으로 치러졌다.
알파고는 강력한 수읽기 능력을 보였다. 묘수와 완벽한 끝내기로 연산능력에서 인간지능을 압도했다. 유창혁 9단은 “알파고가 후반이 약하다고 했는데 오히려 이 9단을 압도하는 강한 모습을 보여줬다”며 “국지 전투에서 수읽기는 놀랄 만큼 강력하다”고 평가했다.
프로 6단인 김찬우 AI바둑 대표는 “알파고는 전면전에 강해 전투 중심으로 풀어가면 안 된다. 이전부터 전투는 정상급이었다”며 “빈틈을 보이면 바로 파고든다. 절대 방심하면 안 된다”고 설명했다.
한계도 존재한다. 감각과 전체 형세를 판단하는 영역은 완벽치 않았다. 유 9단은 “중반 좌하쪽 행마는 굉장히 이상해 상대에게 기회를 줬다. 감각적이고 전체적인 부분에서는 약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김 대표도 “알파고가 아직 완벽한 것은 아니다. 초반 포석 행마에 약점이 있다”고 말했다.
알파고는 초반과 중반 행마 등에서 실수했다. 형세가 이 9단에게 유리하게 기울었다. 알파고 대추격이 시작됐다. 이 9단 상변 침입에 강수를 두며 난전을 유도했다. 중앙에서도 계속 압박을 가했다. 30분 이상 장고해야 나올 만한 묘수를 짧은 시간 안에 연이어 구사해 격차를 좁혔다.
이 9단 실수가 나왔다. 알파고가 중앙을 공격하자 다섯 점을 떼 주고 우상귀 흑집을 도려냈다. 이 과정에서 손해를 봤다. 미세하지만 알파고 우세로 돌아갔다. 이 9단은 알파고보다 먼저 초읽기에 몰렸다. 알파고는 의외의 수로 선수를 빼앗으며 굵직한 자리를 선점했다.
오대석기자 od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