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진을 이어가던 기업용 하드웨어(HW) 시장이 깜짝 성장을 기록했다. 시장 규모를 결정하는 대기업 수요가 증가한 탓이다. 올해 대외 여건 불안정 심화와 기업 투자 감소 등 악재가 우려다. 장기적으로 수익을 가져갈 신규 영역 발굴에 총력을 기울인다.
10일 한국IDC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서버 시장은 출하량 기준 9% 성장한 것으로 집계된다. 외장형 스토리지 시장 역시 전년대비 16% 늘며 성장세로 전환했다. 침체에 빠졌던 기업용 HW 시장이 모처럼 웃었다.
지난해 x86서버, 유닉스, 메인프레임을 합친 전체 서버 시장 규모는 출하량 기준 13만3600대로 추정된다. 2014년 12만2578대와 비교해 1만대가량 늘었다. 금액 기준으로도 총 9765억원으로 약 6% 성장했다. 다만 2013년 이후 1조원대 시장 규모 달성은 2년 연속 실패했다.
서버시장은 x86서버 부문이 성장을 이끌었다. 지난해 x86서버 시장 규모는 6830억원으로 전년대비 19% 성장했다. 출하량 역시 10%(1만2307대) 늘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유닉스와 메인프레임 시장은 13%(473억원)나 줄었다. 한때 50%가 넘던 비중도 전체 서버시장 30%에 불과하다. x86서버에 주도권을 확실히 내줬다.
스토리지 시장도 모처럼 훈풍이 불었다. 2014년 국내 스토리지 시장은 전년대비 11%나 감소했다. 고공 성장하던 스토리지 시장 성장판이 닫히는 거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지난해 국내 외장형 스토리지 시장은 5029억원으로 추정된다. 하락세가 두드러지던 고사양급 스토리지 부문이 전년대비 25.4%(1793억원) 성장한 게 주효했다. 관련 시장에서 90% 이상 점유율을 보인 한국EMC와 히타치데이터시스템즈(효성인포메이션) 성장이 예상된다. 저사양급 시장은 x86서버가 꾸준히 잠식하면서 시장이 줄었다.
용량 기준으로는 전년대비 36.7% 성장한 584페타바이트로 전망된다. 데이터 증가 속도에 비해 실제 매출이 따라가지 못했다. 고질적 수익성 문제다.
서버, 스토리지 시장이 성장한 것은 대기업 수요가 살아났기 때문이다. 국내 HW 시장은 대형 기업 수요 의존도가 높다. 지난해 글로벌 경기침체와 세월호 사건 등으로 투자가 감소했다.
서버는 포털, 통신, 제조업 부문에서 신규 투자와 장비 교체 수요가 늘었다. 스토리지는 KB국민은행, 하나은행 등 대형은행과 카드, 보험 등에서 차세대 사업이 진행됐다.
박예리 한국IDC 책임 연구원은 “2014년은 금융권 수요가 대폭 줄어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며 “지난해는 KB국민은행을 비롯해 대형은행과 제2금융권 차세대 사업 수요가 시장 성장을 견인했다”고 분석했다.
문제는 올해다. 중국 경제 불확실성과 달러 강세가 이어지며 대외여건이 부정적이다. HW 업계는 올해 대외 불확실성을 최소화하고 장기적으로 먹거리 발굴을 위해 총력을 기울인다.
업계가 공통적으로 겨냥하는 신시장은 빅데이터, 클라우드, 고성능컴퓨팅(HPC), 하이퍼스케일 영역이다. 빅데이터, 클라우드는 기존에도 집중했지만 실질 매출은 적었다. 올해 클라우드 법 시행과 정부 주도 빅데이터 본 사업 추진으로 본격 매출을 기대한다. 기술적 차별화를 꾀할 수 있는 HPC와 하이퍼스케일 영역도 기회다. 올해 브로드웰 기반 서버용 프로세서가 출시됨에 따라 신제품 교체 수요도 기대한다.
강용남 한국레노버 대표는 “올해는 다양한 대외 불확실 요소가 많아 마이너스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며 “이를 상쇄하기 위해 빅데이터, 클라우드, 하이퍼스케일 등 신규 영역 공략을 강화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정용철 의료/SW 전문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