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용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에 대한 시장 관심이 높지만 디스플레이 업계는 높은 성능 기준을 맞추지 못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자동차용 부품이 일반 산업용보다 요구하는 성능 수준이 높은만큼 가뜩이나 열과 수명에 취약한 OLED 패널 성능을 끌어올리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다임러벤츠는 지난 3일(현지시각) 포르투갈 알가르브에서 E클래스 10세대 시승 행사를 진행했다. 신형 E클래스 계기판과 중앙정보디스플레이(CID)에 플렉시블 OLED를 장착키로 했다고 알려졌으나 실제 행사장에는 액정표시장치(LCD)를 채택한 모델이 등장했다.
자동차용 플렉시블 OLED는 스마트폰이나 TV보다 훨씬 높은 성능이 요구된다. 자동차가 극한 고온과 저온에서 문제없이 동작해야 하고 운전자 안전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태블릿용 IT 패널은 0~70도를 견디면 되지만 자동차용 패널은 영하 40~90도에서도 정상 동작해야 한다. 신뢰도 시험은 IT패널을 80도에서 500시간 동안 테스트하는데 비해 자동차용은 90도에서 최소 500시간 최대 1000시간을 테스트한다. 습도 환경 테스트 기준 역시 까다롭다.
제품 보증기간도 확연히 차이가 크다. 자동차용 부품은 5~10년간 공급해야 하지만 IT용 부품은 2년이다.
높은 신뢰성이 필요한 만큼 개발기간 격차도 상당하다. 일반적으로 자동차용 부품은 개발에 2~3년, 실제 차량에 장착해 성능시험을 거치는 기간이 2~3년 필요하다. 부품 하나를 공급하는데 약 5년이 걸리는 셈이다.
벤츠는 자동차 업계에서 최신 IT를 앞서 채택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플렉시블 OLED 패널은 자동차 내부를 미려하게 디자인할 수 있어 확실한 차별화 요소가 된다.
하지만 플렉시블 OLED 패널 자체 수명과 신뢰도뿐만 아니라 터치 기술 완성도가 아직 높지 않아 당장 양산용으로 공급이 불가능하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플렉시블 OLED는 아직 자동차에 적용할 수 있을 정도로 기술이 발전하지 않았다”며 “LG디스플레이나 삼성디스플레이 모두 순조롭게 개발을 진행하고 있지만 자동차용 부품 공급이 워낙 까다로운 만큼 실제 채택·양산까지 좀 더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배옥진 디스플레이 전문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