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주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출시가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은행들 고객 유치전이 뜨겁다. 1인 1계좌만 개설할 수 있어 어떤 상품보다 선점이 중요하다. 다른 은행뿐만 아니라 증권사와도 경쟁해야 한다. 자동차, 여행상품권 등 고가 경품을 내놓은 이유다. 유치 경쟁 압박을 받는 은행원들은 과도한 스트레스까지 호소한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원 한 명당 100~150계좌씩 할당이 내려졌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한 명당 100명 고객 계좌를 유치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이미 지점마다 조성됐다”며 “불완전판매는 하지말라면서 목표는 반드시 내야한다고 지시가 내려오니 스트레스가 쌓인다”고 말했다.
이어 “사전예약 뿐만 아니라 해당 행원 이름을 체크하고 계좌를 터야 핵심성과지표(KPI) 0.5점, 돈을 100원이라도 넣으면 1점을 다 얻는 것으로 안다”며 “민망하지만 아는 친척, 지인, 대학동창까지 모두 전화해 사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뿐만 아니라 각 은행들은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등에 가입 이벤트 등을 대대적으로 홍보중이다.
신한은행 인터넷뱅킹 또는 신한은행 영업점에서도 사전가입안내 동의서를 작성하고 ISA에 가입 및 10만원 이상 자동이체를 등록한 고객 중 추첨을 통해 자동차, 세탁기, 로봇청소기, 백화점 상품권을 증정한다.
KB국민은행도 사전예약 고객 중 ISA출시 이후 신규 가입 고객 대상으로 추첨을 통해 2000만원 상당 여행상품권을 준다.
금융당국은 과열경쟁을 우려해 ISA 관련 불완전판매를 엄단하겠다는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지난 3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금융당국과 업계가 공동 참여하는 ISA 준비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현장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불완전판매 혐의가 있을 경우 즉각 대응하겠다”고 지적했다.
이런 금융당국 경고에도 일선 영업 현장에서 체감하는 압박감은 상당하다.
또 다른 은행관계자는 “ISA 출시도 전에 사전예약에 열을 올리는 것은 은행끼리 사전고객 유치 실적을 두고 경쟁하기 때문”이라며 “실적이 뒤쳐지면 금융위로부터 경고를 받을 것이 뻔하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어 “경쟁이 심한데다가 금융당국 ISA 상품 심사 강화로 투자 모델 포트폴리오도 아직까지 완료되지 않아 고객에게 어떻게 상품 설명해야 할 지 난감하다”고 말했다.
김지혜 금융산업/금융IT 기자 jihy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