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장비기업 AP시스템 2대 주주로 올라선 삼성디스플레이가 보유한 주식 전략을 블록딜 방식으로 매각했다. 약 1시간 만에 220만주가 팔려 나가면서 AP시스템에 대한 높은 관심을 입증했다. 그러나 삼성디스플레이 지분 매각 배경을 두고 다양한 해석이 쏟아졌다.
3일 증권가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 2일 AP시스템 지분 220만주 전량을 시간외 대량매매(블록딜) 방식으로 매각했다. 지분은 선착순으로 매각된 가운데 약 1시간도 안 돼 220만주 전량이 팔려 나갔다.
AP시스템은 삼성디스플레이(당시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를 대상으로 지난 2011년 1월 275억원 규모의 전환사채(CB)를 발행했다. 지난 1월 삼성디스플레이는 8.56%에 이르는 220만주에 대한 전환청구권을 행사, AP시스템 2대 주주로 올라섰다. AP시스템 1대 주주는 정기로 대표(8.90%, 228만7757주)다.
2대 주주로 올라선 지 얼마 되지 않아 급작스럽게 지분 전량을 처분한 배경을 놓고 증권가와 업계에서는 다양한 추측이 오갔다. 삼성디스플레이는 국내 장비기업 가운데 원익IPS, 에스에프에이 등에 지분을 투자했다. 선행 기술을 함께 연구하고 핵심 장비를 개발하는 등 전략 협업을 하기 위한 방법이다.
업계에서는 삼성디스플레이가 2대 주주로 올라섰지만 1대 주주인 정기로 대표와 보유하고 있는 지분의 차이가 크지 않아 부담을 느낀 것으로 해석했다. 정기로 대표가 지분 8.90%를 보유했고 삼성디스플레이 지분이 8.56%여서 자칫 인수설 등 불필요한 오해를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디스플레이 관계자는 “전환청구권 행사 당시 지분 매각을 염두에 뒀고, 적정한 시점에 지분을 매각했다”면서 “1대 주주와 지분 차이가 크지 않아 AP시스템의 경영 독립성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최근 장비 구매 계약을 체결한 것처럼 지분 매각 후에도 AP시스템과 좋은 협력 관계를 유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AP시스템은 플렉시블 OLED용 핵심 장비인 레이저리프트오프(LLO)와 레이저결정화(ELA) 장비를 보유했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지분 전량을 매각해 경쟁사와 해외 기업 등에 적극 영업할 수 있는 배경을 마련하게 됐다.
이번 블록딜로 어떤 기업과 기관이 AP시스템 지분을 확보했는지에 대한 시장 관심이 커졌다. AP시스템이 플렉시블 OLED 장비 기술력으로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인지도를 높인 만큼 해외 기업과 투자기관 관심이 높다.
배옥진 디스플레이 전문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