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통신 사업자가 신규 단말(갤럭시S7 또는 G5)이 출시되면 롱텀에벌루션(LTE) 다운로드 속도가 바로 빨라질 것으로 홍보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기지국 제조사 검증과 소프트웨어(SW) 업그레이드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소모적 마케팅 경쟁에 고객 혼란만 부추긴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동통신 3사는 지난달 12일부터 19일까지 연이어 보도자료를 내놓고 256쾀(QAM) 기술 상용화가 머지않았다고 밝혔다. 문맥만 조금 다를 뿐 ‘상용망에 기술 구현을 완료했으며 3월 지원 단말이 출시되면 바로 상용화가 가능하다’는 내용은 같았다. 256쾀은 데이터 전송량을 6비트(bit)에서 8비트 단위로 늘려 전송 속도를 33% 증가시키는 기술이다. 지난해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에서 최초로 시연됐다. 5세대(5G) 이동통신 시대 개막에 앞서 4G LTE의 마지막 진화기술 중 하나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이통사 주장처럼 지원 단말이 출시되더라도 바로 상용화는 어려울 것이라는 게 통신업계 중론이다. 삼성전자와 노키아 등 기지국 제조사는 이달 안에 지원 단말이 출시되면 3월 말 또는 4월 초부터 검증에 착수할 계획이다.
검증을 마무리하면 기지국 SW 업그레이드가 필요하다. 전체 과정에 최소 한 달 반에서 두 달가량이 소요된다. 일부 고객이 256쾀을 활용해 33% 빠른 속도를 체감할 수 있는 시기는 빨라도 5월 말, 전국망 확대는 그 이후의 일이라는 얘기다.
한 제조사 담당자는 “이통사가 상용망에서 해당 기술을 구현한 것이지 상용화는 거리가 멀다”며 “기지국 제조사 검증 일정상 시간이 더 걸린다”고 말했다. 그는 이통사가 현재 쓰는 기지국 SW에 256쾀 지원 기능만 업그레이드해 달라는 요구를 할 수도 있지만 이 역시 안정화된 게 아니어서 문제가 많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통사는 장비 제조사와 협력해 상용망에 구현했기 때문에 바로 상용화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하지만 상용화 예정 지역이나 커버리지가 어느 정도인지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국소 지역 기지국 1~2식에 SW를 설치하고 상용화를 주장하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소모적 마케팅 경쟁에 피해를 입는 것은 결국 고객이다. ‘LTE 다운로드 속도가 33%’ 빨라진다는 문구 때문에 해당 단말과 이통사를 선택하는 고객도 나올 수 있다. 이통사는 지난해에도 ‘세계 최초 3밴드 LTE-A’ 경쟁으로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지난달 말 MWC 2016이 열리기 직전엔 5G 속도 기준인 20Gbps 최초 시연을 놓고 공방을 벌였다. 기술력으로 세계시장에 우뚝 선 만큼 이제는 좀 더 성숙한 마케팅 자세가 필요하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한편 256쾀과 달리 업로드 속도를 높여주는 ‘업링크 주파수집성(CA)’은 단말이 출시되면 바로 상용화가 가능한 것으로 파악됐다. 반면에 256쾀은 갤럭시S7, 갤럭시S7 엣지, G5 중 어느 단말이 지원할지도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256쾀(QAM)=LTE 데이터 다운로드 시 네트워크에 적용되는 쾀(QAM, Quadrature Amplitude Modulation, 직교진폭변조)을 기존 64쾀(6비트 단위)에서 256쾀(8비트 단위)으로 업그레이드해 동시에 보낼 수 있는 전송량(전송속도)를 33% 증가시키는 기술이다.
안호천 통신방송 전문기자 hc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