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소프트웨어(SW)업계가 급변하는 정보기술(IT)환경에 맞서 인수합병(M&A)을 적극 추진한다. 클라우드 등 신규 시장 진출과 해외 공략이 목적이다. SW업계 M&A를 활성화해 글로벌 경쟁력 확보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글과컴퓨터, 엑셈, 틸론, 이노그리드 등 국산 SW업체가 대형화를 위해 M&A를 시도한다. 부족한 기술을 확보하고 큰 기업과 경쟁할 체력을 키운다.
틸론은 전자문서 보안, 클라우드 등 가상화 사업에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기업 2~3곳을 대상으로 M&A를 검토 중이다. 이르면 이달 안에 인수 절차를 마무리한다.
클라우드 솔루션 기업 이노그리드도 4~5개 인터넷데이터센터(IDC) 기업을 후보군에 놓고 인수방안을 논의 중이다. 올해 공공 클라우드 시장 본격 개화에 맞춰 IDC 기업을 인수한다.
조호견 이노그리드 대표는 “올해 공공 클라우드 시장이 열릴 것으로 예측된다”며 “IDC 기업을 인수해 늘어나는 수요에 대응하는 인프라를 확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 대표는 “3~4월 안에 마무리 짓는 것을 목표로, 4~5개 업체와 접촉 중”이라고 전했다.
앞서 한컴은 지난해 소셜네트워크(SNS)업체 DBK네트웍스를 15억원에 인수했다. 별도 기업형 SNS 브랜드를 출시하고 클라우드 오피스 서비스에 적용한다. 벨기에 PDF 솔루션 업체 아이텍스트도 인수했다. 오피스 기능을 강화할 PDF 기술을 접목한다. 아이텍스트가 보유한 유럽 네트워크를 활용해 해외 시장을 공략한다.
엑셈은 지난해 신시웨이와 클라우다인을 인수했다. DB 보안과 빅데이터 영역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주력 분야인 DB성능 관리를 넘어 보안, 빅데이터 등 연관 영역 역량을 확보한다.
M&A를 추진하는 SW기업은 대부분 신규 시장 개척과 기술역량 강화가 목표다. 국내 IT투자가 정체되며 내수 경쟁이 치열해졌다. 중소 SW기업 상당수가 공공시장에만 매달리면서 출혈경쟁까지 벌인다. 해외를 비롯해 신규 시장에 눈을 돌릴 수밖에 없다. 한컴, 엑셈은 M&A로 제품 경쟁력을 확보해 궁극적으로 해외시장을 바라본다. 틸론과 이노그리드는 M&A로 각각 가상화, 클라우드 영역에서 영향력을 강화한다.
전문가들은 국내 SW산업을 고려할 때 M&A가 활성화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국내 패키지 SW시장에서 연 매출 50억원 이하 기업이 전체 80%를 넘는다.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분야에서 기업이 연합해 공동전선을 꾸려야 한다.
급변하는 IT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직접 개발보다 M&A가 효과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시장효율과 기술이 접목된 ‘상생형 M&A’야 말로 국산 SW 영세성을 해소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는 무기다.
산업 생태계 활성화 차원에서도 M&A는 필요하다. 지난해 SW영역 신규 벤처 투자 금액은 2281억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투자를 유도하려면 회수기간이 짧고 과정이 명확해야 한다. 우리나라 투자회수 방법은 상대적으로 수익이 불투명한 기업공개(IPO)가 90% 이상 차지한다. M&A는 투자금 회수에 있어 가장 효율적인 방법 중 하나다.
최무이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 선임 연구원은 “미국 등 선진국은 M&A로 투자금을 회수해 기업과 투자자 모두 경쟁력 있는 생태계를 조성한다”며 “우리나라는 투자금 회수가 불투명한 IPO에만 매달려 투자금 회수는 물론이고 투자 유치도 어려운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정용철 의료/SW 전문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