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에 고가 수입차가 넘쳐난다. 올 1월 전체 수입차 판매량이 꺾이긴 했지만 고가 수입차 성장세는 여전하다. 메르세데스-마이바흐 S클래스가 세계에서 중국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이 팔리는 곳이 한국이다. 슈퍼카 업체 람보르기니도 한국 성장성에 주목하고 있다.
유례없는 성장세에도 불구하고 제도적 보완은 많이 부족하다. 고가차 운전자가 잘못은 더 많이 했는데 되레 과실이 적은 국산차 운전자가 훨씬 더 큰 금액의 보상을 해줘야 하는 불합리한 일이 비일비재하다. 법과 규정에 따라 ‘없는 사람’이 더 손해를 보는, 그야말로 억울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 손해보험사 볼멘소리가 높아지는 것도 당연하다.
제도를 바꾸려는 것은 이런 불합리한 구조에서 기인한다. 수입차 판매량은 늘었지만 애프터서비스(AS)와 정비 인프라 구축 속도는 그에 미치지 못했다. 부품이 충분히 구비되지 않아 수리하는 데 장시간이 소요되는 일도 문제다. 이는 렌터카 비용으로 결국 떠넘겨진다.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2014년 외제차 1대 평균 미수선 수리비는 279만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국산차(83만원) 약 3.4배에 해당한다.
대체 부품인증과 자동차보험표준 약관 변경은 이런 불합리한 구조를 바로잡고자 추진됐다. 이 같은 현실적인 문제를 바로잡아 소비자 피해를 줄이자는 취지는 매우 좋다.
그러나 대체 부품 인증 제도를 정부가 도입했지만 수입차 업체는 부정적이다. 수입차 소유주도 불안해한다. 자동차보험표준 약관 개정으로 사고 시 비용 부담이 큰 렌터카 비용을 낮추겠다는 것도 여전히 논란이다.
보험사 약관만 개정할 경우 피해를 보상해줘야 한다는 민법과 어긋나 보험회사 부담만 줄여주는 꼴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약관을 믿고 고가 수입 렌터카를 들여온 영세 업체도 고사할 수 있다.
장기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 수입차 업체는 대체 부품을 외면할 것이 아니라 서비스 센터 확대 등을 책임져야 한다. 당장 가격 할인을 통한 프로모션보다도 더 신경써야 하는 것이 장기적 서비스다. 보험약관개정도 더 시간이 걸리더라도 소비자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향이 돼야 한다. 불합리한 구조를 바로잡기 위해 또 다른 불합리가 만들어져서는 안된다.
문보경 자동차 전문기자 okm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