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온고지신]신(新)기후체제에서의 원자력 안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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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 원전사고가 발생한 지 5년 됐다. 그동안 국제기구와 원전 운영국은 사고 직후 스트레스 테스트를 통해 도출한 시급한 안전조치를 대부분 마무리하고 지금은 사고교훈을 반영한 중장기 과제를 진행하고 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2015년 2월 비엔나 선언에서 사고로 인한 방사성물질이 주변 환경을 오염시키지 않도록 원자력시설을 건설, 운영하도록 규정했다. 이행상황을 3년마다 개최되는 원자력안전협약회의에서 상호검토를 통해 확인할 예정이다.

미국은 원전 설계기준 초과 대응에 관한 규칙 제정을 마무리하는 단계다. 일본은 신 규제기준을 제정하고 후쿠시마 사고 이후 정지돼 있는 원전을 재가동하기 위한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50개 후속조치와 함께 원전 기기 공급자에 대한 검사, 중대사고 규제를 위한 제도 정비가 진행 중이다.

최근 지구 온난화에 따른 이상 고온, 한파, 가뭄, 폭풍 등 기후변화 위협이 가시화하면서 2015년 12월 파리에서 개최된 유엔기후변화협약으로 신기후체제가 합의됐다.

신기후체제 하에 선진국은 물론 개도국 모두가 포함된 196개국이 참가해 지구 생태계 보존을 위해 화석에너지 사용을 제한할 것을 약속함에 따라 원자력에너지 이용은 필연적 선택이 될 것으로 예측된다. 이에 대한 안전규제 역할도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한국 온실가스 배출량은 연료연소 기준으로 세계 7위다. 최근 10년간 연평균 배출량 증가율도 OECD국가 중 1위다.

한국은 유엔기후변화협약회의에서 온실가스 배출량을 2030년도 배출전망치 대비 37% 감축하기로 약속했다. 이를 달성하기 위한 방안으로 전력생산 부문에서는 원전 증설이 포함돼 있다. 중국 역시 온실가스 감축 목표 달성을 위해 전력 공급 2%를 담당하던 원전 30기를 2030년까지 10%, 110기 확충할 계획이다.

영국의 신규 원전 건설 계획, 미국의 기존 원전 60년 운전에 이은 80년 연장운전 계획에서 보듯 후쿠시마 사고 충격에도 불구하고 주요 선진 산업국은 자국 필요와 여건에 따라 원자력발전 프로그램을 지속하고 있다.

베트남, 터키 등 산업화 및 도시화가 가속되고 있는 여러 개도국에서도 전력소비 증가에 맞춰 화석에너지 대신 저탄소 전력 생산이 가능한 원전 건설이 추진되고 있다.

국제원자력기구는 원자력 평화적 이용을 위한 기술 인프라 구축을 강조하며 신규 원자력발전 도입국가에 대한 기술 지원을 한층 강화하고 있다.

원자력은 그러나 여전히 위험기술로 인식되고 있다. 미국 TMI, 러시아 체르노빌, 일본 후쿠시마 원전에서 발생한 중대사고 때문이다.

정부는 중대사고 관리 강화를 위해 오는 6월 23일부터 원자력안전법에 따라 중대사고 규제에 대한 제도를 시행할 예정이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중대사고 관리 강화 중요성을 인식해 원자력안전법 내에 중대사고 규제체계를 정립했다. 원자력 사업자가 수립하는 사고관리계획에 중대사고를 포함토록 했으며, 중대사고 예방과 완화를 위한 관련 책무와 규제요건을 명확하게 규명하도록 했다.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은 그간 국내에서 추진해온 중대사고 규제사항과 해외사례 등을 면밀히 조사, 분석해 국내 상황에 맞도록 기술기준을 마련했다.

모든 과학기술은 사회성을 확보해 현대 문명과 공존할 수 있어야 존립이 가능하다. 사회성의 전제인 안전성이 담보되지 않는 과학기술과 문명은 인류 역사와 함께 할 수 없다. 원자력 이용도 예외가 될 수 없다. 원자력 이용에 있어 안전성 확보는 어떤 상황에서도 가장 우선시해야 하는 최고 가치다. 국민 안심과 행복을 위해 반드시 입증되고 구현돼야 한다.

원자력시스템의 기술적 안전성에 더해 원자력 종사자 철학, 이념, 조직, 사람, 문화, 의사결정 등 모든 과정에서 안전이 최우선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더 철저하고 촘촘한 안전규제를 통해 한국 원자력이 국가 에너지원 한 축으로 제 역할을 담당해 국민의 삶을 보다 풍요롭게 하길 기대한다.

류용호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국제원자력안전학교 교수 ryh@kins.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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