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노 기업이 겪는 ‘죽음의 계곡’을 극복하려면 체계적인 나노 제품 공급망을 구축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로 제시됐다. 기술을 개발해도 응용처를 찾지 못하면 사장되기 때문이다. 다른 산업, 제품과 융합이 필수인 나노 기술 특성 때문이다.
24일 개최된 ‘나노융합 T2B 산업포럼’ 참가자들은 기술 사업화가 나노융합산업 첫 번째 과제라고 강조했다. 시장 요구와 기술 개발 사이 간극을 넘지 못하면 기술이 사장된다는 데 뜻을 같이 했다. 이른바 ‘죽음의 계곡’이다.
송용설 아모그린텍 부사장은 “창업 초기 연구개발을 잘하면 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결국 죽음의 계곡에 빠졌다”며 “기술과 제품 간에 연결다리를 어떻게 만들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많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모그린텍은 2004년 창업 후 2010년대 들어 매출을 확대하고 있다. 나노섬유, 나노잉크, 전자소재 등으로 기술 응용처를 다변화한 것이 비결이다. 2013년 205억원, 2014년 404억원, 2015년 729억원 매출을 기록했다.
송 부사장은 “나노 소재 하나만으로 응용처를 찾기보다 고객과 만남을 늘리고 개발 의지를 갖고 있는 제품에 기술 적용을 집중했다”며 “발견과 융합 위주로 생각을 바꾸고 방법을 바꾼 후 매출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고객이 새로운 기술을 받아들이게 하려면 대체 불가능한 응용 분야를 찾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나노 기술 상용화를 앞당기려면 소재 자체 가치를 높여야 한다는 제안도 나왔다. 기존 소재를 대체하기보다 독자적인 활용 영역을 확보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롤러블 디스플레이 등 미래 기술·제품에서 대체 불가능한 응용처를 찾자는 얘기다.
조진우 전자부품연구원 나노부품연구센터장은 “현재 나노 소재는 기존 소재를 대체하는 형태로 시장에서 경쟁하고 있지만 미래에는 나노 소재가 아니면 구현할 수 없는 기술이 등장할 것”이라며 “돌돌 말 수 있는 디스플레이 등 미래 기술 등장에 대비해 대체 불가능한 나노 소재만의 가치를 발견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송준영기자 songj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