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아이폰 잠금해제하나... 팀쿡, 전문가위원회 구성 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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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미국 연방수사국(FBI) 아이폰 잠금해제 요구 거부와 관련, 암호화 문제 전반을 다룰 위원회 구성을 정부에 제안했다.

잠금해제 요구를 완강히 거부하던 애플이 사실상 출구전략 마련에 돌입한 것으로 해석된다.

쿡 CEO는 22일(현지시각) 직원들에게 발송할 이메일에서 샌버나디노 총격 사건 범인의 아이폰 잠금해제 지시 거부 이유를 밝히면서 “우리는 정부가 잠금장치 해제 요청을 포기하도록 최선의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며 이같이 제안했다.

그는 기술·정보·시민·자유 등 분야별 전문가가 참여한 위원회를 구성해 국가 안보와 법 집행, 프라이버시 보호와 자유를 토론하는 방안을 언급하면서 “애플은 그러한 노력에 기꺼이 참여하겠다”고 밝혔다. 쿡 CEO는 수색영장 철회를 요구하면서 여전히 암호화 해제 거부 입장을 유지했다. 전문가들은 미국 내 여론이 애플을 압박하자 위원회 구성으로 문제 해결 단계에 돌입한 것으로 풀이했다.

쿡 CEO는 “애플이 기존의 보안체계를 우회할 수 있는 새 운용체계를 만드는 것은 가능하지만 매우 위험하다”면서 “이번 사태는 하나의 스마트폰이나 사건 수사를 초월하는 문제”라고 강조했다. 그는 “법을 준수하는 수억명의 데이터 안전과 시민의 자유를 위협하는 위험한 선례를 만드는 것”이라며 아이폰 잠금해제 거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아이폰 잠금해제와 관련한 쿡 CEO의 메시지는 지난 18일에 이어 두 번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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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도 이날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강연에서 “쿡 CEO와 애플에 상당히 공감한다”면서 “‘백도어’를 요구하는 것이 보안 향상에 유효한 방식도 아니고 옳은 일도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애플 지지에 가세했다. 논란 촉발 이후 저커버그가 직접 입장을 밝힌 것은 처음이다.

그러나 테러 불안감이 확산되면서 미국 여론은 애플에 비판적이다. 도널드 트럼프를 비롯한 공화당 대선 주자가 애플 결정을 비판하면서 대선 쟁점으로 급부상했다. 애플이 아이폰 보안을 마케팅 전략으로 활용한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미국인도 절반 이상이 애플이 테러 수사에 협조해야 한다는 정부 측 의견을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퓨리서치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51%가 ‘애플이 총기 테러범 아이폰 잠금장치를 해제해야 한다’고 답했다. 사용자 정보 보호를 위해 ‘아이폰 잠금장치를 해제하지 말아야 한다’는 응답은 38%에 그쳤다. 나머지 11%는 견해를 밝히지 않았다.

정치 성향이 있는 응답자를 대상으로 한 질문에서도 결과는 비슷했다. 공화당원 56%, 민주당원 55%가 정부 측 요구가 정당하다고 밝힌 것으로 집계됐다. 정치 성향이 따로 없는 응답자도 잠금장치 해제 지지가 45%로 해제 반대(42%)보다 높았다.

연령별 반응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65세 이상 노년층 응답자 54%, 18∼29세 청년층 47%가 잠금장치 해제를 지지한다는 의사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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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m, 유창선기자 yuda@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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