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에는 가로 23m, 높이 2.24m 거대 청동 조각화 ‘테크노피아(Technopia)’가 있다. 1987년 박충흠 조각가가 만든 작품으로 LG 전신 럭키금성그룹이 1985년 내건 21세기 미래상 기술중시 사회 테크노피아를 다뤘다.
테크노피아가 30년이 됐다. 22일은 또 구본무 LG 회장 취임과 LG 브랜드 출범 21주년이다. LG ‘기술중시 경영’의 근간이다. 장기적 안목을 갖고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기술을 확보해야한다는 구 회장의 경영 철학을 담았다.
1985년 럭키금성은 테크노피아 시대 전략으로 △통신 △의료기기 △공장 자동화 △우주산업을 꼽았다. 트윈타워 조각화에는 우주복을 입은 우주인이 대기권 밖을 유영하고, 지상 전파탑과 우주 인공위성 간 교신, 세포를 비롯한 생명공학 연구가 그려졌다. 금성사(현 LG전자) 매출이 갓 1조원을 넘기고 그룹 매출이 9조원이던 때였다. LG전자 지난해 매출만 56조원이다.
하지만 GS와 LS·LIG·LF 분리, 금융 계열사 매각, 반도체 빅딜 등 부침을 겪으며 형태는 많이 바뀌었다. 통신은 LG유플러스, 산업 자동화는 LG CNS와 LS산전 등에서 실현됐지만 의료기기, 우주산업에서는 꿈을 이루지 못했다.
대신 변화하는 시대상에 대응하고자 선택과 집중에 나섰다.
구 회장은 2012년 “지금 씨를 뿌리지 않으면 3년, 5년 후를 기대할 수 없다”며 “LG의 미래는 연구개발(R&D)에 달렸다”고 강조했다. 당장 수익을 기대할 수 없어도 미래 성장동력에 과감한 투자로 시장을 선점해야한다는 의미다.
의료기기와 우주산업이 떠난 LG의 테크노피아 빈자리에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배터리, 에너지, 전장부품이 자리를 잡았다. 반세기 그룹을 이끈 생활가전은 정보기술(IT) 융합으로 새 가치 창조에 나섰다.
LG는 기술중시 경영으로 확보한 자산을 사회에 환원하는 데도 나섰다. 지난해 문을 연 충북창조경제혁신센터를 통해 LG 특허 5만2400건을 개방, 중소·벤처기업이 이를 응용할 수 있도록 했다.
테크노피아를 향한 노력은 계속된다. 구 회장은 지난 18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열린 ‘LG 테크노콘퍼런스 2016’에 참석, 이공계 석·박사 과정 인재들과 직접 만나 ‘시장선도를 위한 R&D 중요성’을 역설했다. 그가 토지 매입부터 착공, 건축까지 직접 챙긴 서울 마곡동 LG사이언스파크는 수도권 최대 R&D 단지로서 내년 1차 입주를 앞두고 있다.
LG 고위 관계자는 “기업은 ‘꿈과 상상을 현실로 바꾸는 원동력’ 역할을 하고 있다”며 “과거 제너럴일렉트릭(GE) 전구, 포드 자동차, 모토로라 휴대폰, 소니 워크맨처럼 끊임없는 R&D로 더 나은 미래를 만들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1985년과 2016년 ‘테크노피아’>
<계속되는 테크노피아 실현(기술중시 경영) 노력>
서형석기자 hsse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