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디스플레이 패널 제조사 차이나스타(CSOT)가 6세대 저온폴리실리콘(LTPS) 액정표시장치(LCD) 시험생산을 시작했다. LTPS LCD는 아이폰에서 ‘레티나 디스플레이’로 불리는 고해상도 패널이다. 한국 패널업체가 주도하던 고해상도 LCD 시장에 중국이 가세하면서 사실상 기술 격차가 사라졌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중국 가전기업 TCL과 디스플레이 자회사 차이나스타는 우한에 위치한 6세대 LTPS LCD 생산공장에서 시험생산 기념식을 열었다. 중국에서 LTPS LCD를 국산화한 첫 기업이 됐다는데 큰 의미를 부여했다.
LTPS LCD는 전통의 비정질실리콘(a-Si) 공정보다 전자 이동도가 높아 고해상도를 구현할 수 있다.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는 사람 눈으로 볼 수 있는 화질을 완벽하게 구현한다며 ‘레티나(망막) 디스플레이’로 명명했다. LTPS 공정은 옥사이드(산화물)와 함께 비정질실리콘을 대체할 차세대 박막트랜지스터(TFT) 기술로 연구되고 있다. LCD뿐만 아니라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에도 적용할 수 있다. 미래 패널 시장을 선점하려면 반드시 갖춰야 할 기술로 평가받는다.
LTPS LCD를 생산하는 대표 기업은 LG디스플레이다. 지난 수년 동안 애플에 패널을 공급하며 기술 수준을 높여왔다. LCD 패널 국산화를 추진해 온 중국은 비정질실리콘 시장에서 경쟁력이 없다고 판단하고 LTPS와 옥사이드 기술력 확보에 주력해 왔다.
차이나스타, BOE, 티안마는 지난해 각각 6세대 LTPS LCD 생산라인에 집중 투자했다. 차이나스타는 우한에 위치한 T3 라인, BOE는 오르도스 B6 라인, 티안마는 샤먼에서 각각 양산을 준비했다. 현지 정부는 LCD 패널 자급률 목표를 80%로 설정하고 LTPS와 능동형유기발광다이오드(AMOLED) 기술 개발을 적극 지원한다.
중국에서 가장 먼저 LTPS LCD 생산을 시작하게 된 차이나스타는 620개 특허를 확보했다. 발명특허는 614개, 실용신안은 6개, PCT(특허협력조약) 특허는 167개를 갖췄다. 미국에서 출원한 특허는 85개에 이른다. 방대한 특허를 갖춤에 따라 이 분야 선두 기업인 한국과 일본 기업의 특허를 피해 LTPS LCD를 대량 생산할 수 있는 기반을 갖췄다.
차이나스타는 프리미엄급뿐만 아니라 보급형까지 고해상도 패널을 채택하는 스마트폰 수요에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지난해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AMOLED 패널을 다수 채택했고, 올해도 고해상도 수요가 상당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신흥국에 수출하는 보급형 스마트폰도 고해상도 수요가 증가해 LCD 패널에서 LTPS 경쟁력이 더 높다.
국내 업계는 스마트폰을 비롯한 중소형 패널 시장의 무게중심을 OLED로 옮겼다. 삼성디스플레이는 AMOLED와 플렉시블 OLED 기술력으로 중소형 패널 시장에서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중소형 패널을 위한 LCD 투자는 더 이상 보기 힘든 분위기다. LG디스플레이도 기존의 LTPS LCD 라인을 OLED로 일부 전환하는 투자계획을 세우는 등 소형 OLED 패널 비중을 높이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국내 업계의 한 관계자는 “비정질실리콘 LCD는 중국이 장악했고 오랫동안 LTPS LCD 투자를 해 온 만큼 이 분야도 빠르게 추격할 것으로 본다”면서 “기술 난이도가 높은 OLED 분야에서 한국 기업들이 격차를 더 벌이고 신기술을 적용할 수 있는 시장을 발굴하는 게 관건”이라고 말했다.
표. 세계 스마트폰 패널 기술 점유율 전망 (자료: 위츠뷰)
배옥진 디스플레이 전문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