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테크는 IT업계가 띄운 뻥튀기라고 봅니다.”
불과 한 달 전 한 카드사 고위 임원이 한 말이다. 그는 카드사, 은행 등 기존 금융 업무에 핀테크가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단언했다.
핀테크를 둘러싼 기존 금융권과 IT업계 신경전은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엄밀히 말해서 보수적으로 소문난 금융권 종사자는 IT업계가 주도하는 핀테크를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핀테크가 아무리 이슈가 돼도 기존의 금융소비자는 경로 의존성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핀테크 돌풍은 만만치 않다. 지난해 초 카카오페이를 시작으로 하반기 삼성페이가 등장하면서 비금융사 간편 결제는 카드 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1년 전 만해도 찻잔 속 태풍으로 끝날 것으로 예상하던 정부당국 생각도 바뀌고 있다.
“IT업자는 점잖은 맛이 없어 같이 못해먹겠다. 금융은 규제산업인데 IT업계는 몰아붙이기만 한다. 개인 간(P2P) 대출, 어림도 없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지만 이제는 아니다.
금융위의 한 관계자는 “P2P대출이 더 커진다면 제도권 금융 법·제도로 흡수할 여지도 있다”며 오히려 신생 핀테크 업체를 제도권으로 끌어안으려는 분위기다. 금감원 관계자도 기발한 핀테크 업체를 줄줄이 꿸 정도다.
금융위는 지난해 국내에서 열었던 핀테크 데모데이를 올해 영국, 중국 등 해외에서 개최한다. 금융 산업 해외진출 가능성을 보고 판을 키우겠다는 의도다. 기존 금융사가 하지 못한 부분이다.
핀테크로 인한 변화는 이미 시작됐다. 물론 핀테크로 전체 국민 금융이용 패턴이 하루아침에 바뀌진 않는다.
그러나 불과 6~7년 전만 해도 스마트폰을 온 국민이 다 갖게 될 줄 상상하지 못한 것처럼 핀테크는 변화의 불씨를 댕겼다.
퇴근 후 은행을 못가 발만 동동 구르던 직장인이 비대면 인증으로 통장을 개설하고 예전보다 훨씬 빠르고 간편하게 금융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면 그것이 변화의 시작이고, 곧 혁신이다.
변화와 혁신에 둔감하면 결국 ‘가마솥 안 개구리’가 될 수밖에 없다.
김지혜 금융산업/금융IT 기자 jihy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