닐 디그래스 타이슨 지음, 에이비스 랭 엮음, 박병철옮김, 부키, 448쪽,1만8천원
“미래를 꿈꾸는 법을 아직 잊지 않은 모든 이들에게 바친다.”
저자 닐 디그래스 타이슨박사가 책을 시작하며 쓴 이 한줄에 책의 모든 것을 함축돼 있다.
그의 책 스페이스 크로니클(원제: ‘Space Chronicle: Facing the Ultimate Frontier’)은 우주개발의 과거,현재는 물론 미래까지 이야기하고 있다.
크로니클(연대기)라는 책 제목처럼 인류의 우주개발 경쟁의 시작에서 현재에 이르는 인류 우주경쟁의 현주소를 체계적으로 풀어냈다. 수 많은 우주개발의 일화와 우주로 가기 위한 방법들, 이를 위해 필요한 기술적, 정서적, 정책적, 경제적 준비사항이 포함돼 있다.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당면한 현실인식을 빼놓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이 점에서 교과서적인 우주관련 서적과 차별화된다.
예를 들면 미국은 지난 2003년 중국의 유인우주선 발사 성공에 자극받아 이를 제2의 스푸트니크 쇼크로 받아들였고, 이후 미국은 중단됐던 우주개발에 또다시 박차를 가하기 시작했다는 지적이 그것이다. 버락 오바마 미대통령이 달을 버리고 이제 화성을 향해 나가겠다고 천명한 것은 구소련에 이어 중국과 차별화된 새로운 우주경쟁 선언에 다름 아니라고도 설명한다.
이 책은 미국의 우주과학자가 미국인들을 염두에 두고 행한 우주개발 및 우주경쟁역사를 얘기하고 우주개발의 미래와 비전을 제시한 책이다. 하지만 전세계 인류 누구나가 공감할 만한 내용들을 담고 있다. 그리고 이는 결국 왜 우주개발에 나서야 하는지를 말해준다. 결국 인류의 생존을 위한 사전 준비를 하기 위해서다.
“지구에도 해결해야 할 일이 산더미인데 왜 우주에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붓고 있는가?” 그동안 나는 이런 질문을 수도 없이 들어 왔다. 가장 간단하면서도 설득력있는 대답은 다음과 같다. “직경 수킬로미터짜리 소행성이 지구에 충돌하면 인간은 물론이고 지구상의 생명체는 대부분 멸종한다. 따라서 당신의 문제는 지구에만 국한되어 있지 않다. 그런 순간이 다가오 면 우주는 당신의 유일한 관심사가 될 것이다.(p412)
저자 타이슨박사는 칼 세이건 박사의 뒤를 잇는 세계에서 가장 대중적으로 유명한 우주과학자 중 한명이다.
이 책은 그가 참석한 여러 행사의 연설문, 방송인터뷰, 기고문 등을 시간과 주제에 맞춰 엮어 놓은 책이다. 그런데도 희한하게도 그 흐름이 자연스럽다.
엮은이의 수고로움이 저자의 미국 우주산업 역사와 인류미래를 위한 우주개발의 필요성을 일목요연하게 보여주고 있다. 저자가 참여하고 있는 다양한 우주정책의 현장과 현실도 실감나게 읽힌다.
이 책은 이제야 막 싹을 틔우기 시작한 한국의 우주개발사업에 대한 관심을 높여주고 공감대를 형성하게 해 줄 중요한 가교가 될 것 같다.
타이슨 박사가 지난 2003년 4월 내추럴히스토리에 기고한 “대규모 프로젝트가 여론의 승인을 얻으려면 국방과 관련돼 있거나 경제적 이득을 보장하거나 국력신장에 도움이 되어야 한다. 국방을 도외시하면 죽을 수 있고, 경제를 무시하면 가난해지고, 국력신장에 무관심하면 국가간 경쟁에서 도태된다”(p3331)는 그의 말도 무겁게 다가 온다.
책을 덮고 나면 독자들은 아마도 “우리나라도 2020년 순 한국산 로켓에 달탐사선을 실어 쏘아 보내기로 했었지? 어떻게 되고 있지?”라며 다시 한번 확인해 보게 될지 모른다.
이재구 전자신문인터넷 국제과학 전문기자 jk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