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공장가동률 저하 비상…칩위탁생산 놓고 혈전 계속
대만 TSMC가 삼성전자를 따돌리고 애플 아이폰7에 들어갈 10나노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를 단독 생산한다. 삼성전자는 공장가동률 저하를 막기 위한 비상 체제에 돌입했다. 중국과 대만 중위권 칩 업체를 대상으로 14나노 파운드리 영업에 총력전을 펼친다. 10나노 퀄컴 물량을 유지하는 데에도 역량을 집중한다. 7나노에서 애플 물량을 되찾기 위한 고강도 혁신도 불가피하다.
10일 반도체 설계자산(IP)·설계자동화툴(EDA) 업계에 따르면 애플은 차기 10나노 AP ‘A10’ 생산을 TSMC에 전량 맡겼다. ‘A10’은 올 가을 출시 예정인 아이폰7에 탑재되는 ‘스마트폰 두뇌’다. TSMC는 6월부터 10나노 칩 양산 체제에 돌입할 계획이다.
EDA 업계 고위 임원은 “10나노에선 TSMC가 애플 물량을 전량 가져갔다”며 “이미 작년 하반기 이 같은 안이 확정됐다”고 말했다. 반도체 IP 업계 고위 관계자는 “대만 반도체 후방 산업계에선 이미 알려진 얘기”라고 말했다.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는 작년 하반기 이 같은 첩보를 접하곤 다양한 채널을 동원해 수주 경쟁에서 패배했음을 확인했다.
삼성 내부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통상 1년 전부터 설계·생산을 위한 협업이 진행되는데, 애플은 별 다른 말이 없었고 TSMC로 물량이 넘어갔다는 소문이 돌자 삼성이 사실 확인에 들어갔다”며 “올해는 10나노도 있지만, 7나노 공정을 선행해서 개발한다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10나노는 20나노와 마찬가지로 ‘거쳐가는’ 공정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와 TSMC 모두 파생 공정 개발 계획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10나노 공정을 활용하는 모바일 AP 업체는 애플, 퀄컴, 삼성전자(엑시노스) 등 몇 개 업체에 그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28나노, 14·16나노의 경우 고성능, 저전력 등으로 파생 공정이 개발되며 장기간 유지됐다. 7나노도 장기간 유지될 공정이다. 삼성전자는 7나노에서 애플 물량 전체 혹은 일부를 다시 가져오겠다는 계획이다.
애플 칩 위탁생산을 둘러싸고 삼성전자와 TSMC 간 ‘뺏고 뺏기는’ 싸움은 계속되고 있다. 애플은 아이폰6 시리즈에 탑재된 20나노 A8 칩 생산을 전량 TSMC에 맡겼다. 애플 빈자리는 컸다. 2014년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는 매출이 크게 줄고 대규모 적자를 냈다.
절치부심한 삼성전자는 14나노 공정 양산 체제를 빠르게 구축하며 애플 물량 절반을 뺏어 왔다. 미국 퀄컴도 14나노 스냅드래곤 820 칩 생산을 TSMC가 아닌 삼성전자에 맡겼다. TSMC는 설욕을 노렸다. 10나노에선 반드시 삼성을 누를 것이라 다짐했다. 결국 애플 물량을 단독으로 수주해냈다.
삼성전자는 2014년 악몽이 재현되지 않길 바라는 눈치다. 퀄컴 물량이 있기 때문에 과거만큼 어려운 상황으로 내몰리진 않을 것으로 예상하지만 가동률 저하에 비상이 걸렸다.
공장가동률이 줄면 공장 운용 전략도 바뀐다. 시스템LSI 전용 공장으로 지었던 경기도 화성 17라인(S3)은 애플 물량이 줄어들자 메모리 사업부가 가져갔다. 이곳에선 현재 D램이 생산된다. 2단계 증설은 시스템LSI용으로 계획됐으나 파운드리 가동률이 줄면 이 투자도 당초 예상보다 미뤄질 가능성이 높다. 7나노 선행 개발도 중요하지만 당장 퀄컴 10나노 물량을 유지하는 것이 당면 과제다.
시스템LSI사업부는 올 초부터 경영진단을 받고 있다. 한두 업체 수주 상황에 따라 사업부 전체 실적이 흔들리는 사업구조 개선책이 나올 것이라는 분석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애플 AP건과 관련해 “거래처 관련해선 언급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주엽 반도체 전문기자 powerus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