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설비 투자 붐이 예상된다. 액정표시장치(LCD)에 이어 OLED에서도 중국 정부가 국산화를 서두르기 때문이다.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에 장비·소재를 납품하는 국내 중소·중견기업의 수혜가 예상된다. 일부 핵심장비는 공급 물량 부족도 전망된다. 하지만 중국이 OLED까지 빠르게 쫓아오면서 한국 디스플레이 업계 위기감은 한층 고조되고 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대다수 중국 패널 제조사는 LCD뿐만 아니라 4세대에서 6세대에 걸쳐 OLED 투자를 집행할 계획이다. BOE, 차이나스타(CSOT), CEC-판다, 티안마, 에버디스플레이, 비전옥스, 트룰리가 주요 발주처다.
중국에서 올해 첫 OLED 투자 집행은 비전옥스가 시작했다. 최근 쿤산에 마련할 5.5세대 OLED 설비 투자를 공고했다. 3월에는 BOE가 청두 B7라인에 구축할 6세대 플렉시블 OLED 설비 투자를 공고할 것으로 예상된다. 2017년 3분기 대량 양산을 목표로 잡았다.
티안마는 5.5세대와 6세대 릿지드 OLED와 플렉시블 OLED 투자를 집행할 것으로 추정된다. 오는 12월께 발주가 예상되는 6세대 라인은 우한과 샤먼에, 4월 발주가 예상되는 5.5세대 라인은 상하이에 각각 설치할 것으로 보인다.
6월과 7월에는 에버디스플레이가 6세대 OLED 투자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중국에서 모바일용 OLED 패널을 소량 생산하는 에버디스플레이는 올해 두 번째 OLED 라인 투자를 상당한 규모로 진행할 전망이다. 현지 상위 패널 기업이 BOE, 차이나스타, CEC-판다, 티안마로 압축됐지만 OLED만큼은 앞선 기술과 물량으로 치고 나가겠다는 전략이다.
차량용 LCD 패널을 공급하는 CPT는 내년 중순께 차량용 OLED 패널 투자를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LCD로 4.2인치 헤드업디스플레이(HUD), 6.1인치 차량용 투명 디스플레이 등을 선보인 경험이 있다. 4인치급부터 최대 12.3인치까지 다양한 차량용 LCD 패널군을 갖췄다. 차량용 디스플레이 경험을 OLED로 확장한다는 목표다. 지난해 말 플렉시블 OLED 프로토타입을 시연하기도 했다.
트룰리는 후이저우에 들어설 4세대 릿지드 OLED 설비 투자를 올 12월에 시작할 전망이다. 소형 LCD 패널 생산에 집중했으나 이번 투자로 OLED 양산에 도전한다.
본격적인 중국 패널 제조사 OLED 장비 발주를 앞두고 국내외 장비기업은 치열하게 사전 기술영업을 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와 삼성디스플레이에 OLED 장비 납품 경험이 없는 기업은 중국에서 양산 성공사례를 확보하는 게 절실하다. 현지서 좋은 성과를 거둬야 국내 기업에도 제품을 공급하는 등 저변을 확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OLED 핵심 공정장비인 레이저결정화(ELA), 봉지, 레이저리프트오프(LLO), 증착, 노광장비가 시장 수요보다 공급이 부족해지는 쇼티지 현상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한정된 투자 기간 동안 많은 기업이 설비 투자를 하기 때문이다.
디스플레이 장비기업 한 관계자는 “무작정 인력을 늘릴 수 없기 때문에 사업 수주 가능성이 높은 사업을 전략적으로 택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현지 사업 수주를 놓고 해외 경쟁사는 물론이고 국내 기업 간 경쟁도 치열하다”고 전했다.
<2016년 중화권 OLED 장비발주 시점 예상 (자료: IHS, 업계 추정)>
배옥진 디스플레이 전문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