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체국 창구가 새해 들어 연일 북새통을 이룬다. 배경은 기간통신사보다 56%나 저렴한 알뜰폰에 가입하기 위해서다. 그동안 주목받지 못하던 알뜰폰에 세간의 관심이 고조돼 높기만 하던 가계통신비 절감을 위한 청신호가 켜졌다.
알뜰폰은 이동통신 경쟁 활성화와 가계통신비 인하 정책에 따라 2012년 도입됐다. 2015년 말 현재 580만 가입자를 유치해 전체 이동통신 시장 점유율 10%를 차지했다. 명실상부 가계통신비 절감 첨병 역할을 훌륭히 수행하고 있다. 알뜰폰 사업을 수행하는 업체는 38개에 달한다. 대기업 계열사, 중소기업 등 다양한 사업자가 차별화된 요금제와 단말기를 공급하면서 소비자 기대에 부응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단기간에 알뜰폰이 활성화될 수 있었던 것은 정부 지원 정책 덕분이다. 알뜰폰 사업자는 가입비 폐지 등 이용 요금 획기적 인하로 가계통신비 절감을 주도했다. 미래창조과학부에 따르면 이동통신3사 대비 가입자당 매월 2만원의 요금 절감 효과를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간 가계통신비 절감액이 8000억원에 이른다.
개선할 점도 많다. 알뜰통신사업자협회는 올해를 알뜰폰 질적 성장을 꾀하는 원년으로 삼았다. 정부와 학계·법조계·전문기관과 손잡고 개선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자체 점검반을 구성해 자율 정화활동도 추진한다.
알뜰폰 이미지 제고 차원에서 서울특별시 관할 각 구청 노인종합복지관 등에서 가계통신비 절감 컨설팅, 보이스피싱 예방법 교육, 스마트폰 활용법 세미나 등을 진행하고 있다.
스마트폰 분실 보험 도입, 해외 데이터 로밍 개시 등 기존 이통3사에 뒤지지 않는 수준까지 서비스 수준을 끌어올릴 계획이다. 젊은층 가입 확대를 위해 롱텀에벌루션(LTE) 데이터 활성화 방안도 마련한다.
고민도 깊다. 2012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알뜰폰 업계 누적손실 규모가 3000억원에 이른다. 필연적으로 경영 여건이 더욱 악화될 수밖에 없다. 알뜰폰을 주축으로 가계통신비를 절감하려는 정부 노력에 찬물을 끼얹지 않을까 우려된다.
알뜰폰 시장이 커질수록 이통3사 견제가 심해지고 가입자 쟁탈전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다. 규모나 재정능력에서 비교가 안 되게 영세한 알뜰폰 사업자는 가입자를 확대할수록 경영이 어려워지는 모순에 직면하게 됐다.
국회 등에서 미래 먹을거리 마련을 위한 특별법 논의가 활발한 것으로 안다. 연간 8000억원의 가계통신비를 절감할 수 있는 알뜰폰을 위한 종합적인 특별법이 논의되지 않는 점은 안타깝다.
알뜰폰 사업자는 정부 정책과제인 가계통신비 절감이라는 큰 그림에 동참하기 위해 노력을 해왔다. 앞으로도 열심히 뛸 것이다. 아직 자립할 여건이 성숙하지 않은 알뜰폰 사업자를 위한 정책적 배려가 절실하다.
단기간에 국내 이동통신시장 점유율 10%를 초과하는 등 알뜰폰 시장은 순조롭게 성장하는 듯 보인다. 이통사와의 차별화된 서비스 개발력 부족, 취약한 가입자 기반, 영세한 재무적 능력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했다.
아직도 많은 국민이 알뜰폰을 잘 모른다. 안다고 해도 ‘이통3사보다 열악한 서비스’ ‘스마트폰은 사용불가’ 등 잘못된 정보가 많다. 홍보활동이 절실하다. 알뜰폰 질적성장과 내실성장을 위해서는 사업자와 정부 노력이 동반돼야 한다. 이런 과제를 슬기롭게 극복해 알뜰폰이 연말 시장점유율 15%를 달성할 수 있기를 바란다.
윤석구 알뜰통신사업자협회장 sgy77@gh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