팹리스 시장 육성 방안으로 인재 양성과 파운드리 활성화가 가장 중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반도체산업협회가 지난 2일 가진 ‘시스템반도체 산학협력회의’에서 전문가는 난상토론 끝에 총론에서 이 같은 결론을 내렸다. 이들은 “한국 메모리는 세계 1등이지만 시스템반도체는 계속적인 육성 정책이 필요하다”며 “인력 양성을 위해서라도 정부가 돈을 풀어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협회는 이날 나온 산학계 의견을 모아 추후 개선 방향을 제시할 계획이다.
◇석·박사급 설계인력 태부족
이서규 픽셀플러스 대표는 “팹리스는 설계 역량이 중요하다. 결국 사람이다. 사람이 없다. 설계 경험을 가진 석·박사급 인력을 찾기 힘들다. 작년 한 해 동안 한국서 배출된 석·박사급 반도체 설계 인력이 얼마나 되는 줄 아느냐. 200여명 밖에 안 된다. 올해는 더 줄어들거다. 이렇게 되면 정말 힘들어진다”라고 말했다.
정부지원 예산이 줄었기 때문이다. 미래부는 올해 반도체 디스플레이 발광다이오드(LED) 분야 신규 연구개발(R&D) 예산을 배정하지 않았다. 내년에도 ‘제로’가 될 가능성이 높다. 정부 예산이 없으면 학교에서 실무 경험을 쌓을 수 없다. “석·박사 과정 밟는 애들 줄 월급이 없다”는 것이다. 최근 바이오·나노 분야로 교수와 학생이 몰린다. 예산이 그쪽으로 쏠리기 때문이다. 학교가 무너지면 인력 공급이 축소된다.
인력 양성을 위해 산업계도 일부 자금을 댈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허염 실리콘마이터스 대표는 “정부 과제가 끊어지면 학생과 교수가 다른 곳으로 떠나간다. 연구비가 학교로 가야 학생이 모인다. 학교서 경험 쌓은 인재들은 빨리 큰다. 이런 인재가 많아야 팹리스 산업이 성장한다. 정부와 기업이 매칭 형태로 학교에 자금을 지원하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렇게 지원해봤자 너도나도 대기업에 입사할 것이란 우려도 나왔다. 송민규 동국대 교수는 “한해 5~6명 석사 배출한다. 다들 대기업 들어가길 원한다. 팹리스가 성공 스토리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상무는 “팹리스 인지도를 더 높여야 한다. 공동 홍보 프로그램을 만들어보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허염 대표는 “예전에는 로드쇼도 하고 그랬다”며 “이런 활동을 꾸준히 해야 한다”고 보탰다.
◇믿고 맡길 수 있는 오픈 파운드리 생겨야
파운드리 생태계 논의에선 쌓여있던 불만이 터져 나왔다.
A사 대표는 “국내 파운드리를 파운드리라 할 수 없다. 물량 많은 전략 고객사에만 공장 열어준다. 자사 제품 만들다 가동률 떨어지면 국내 팹리스에 ‘갖다 써라’고 한다. 이게 어떻게 파운드리인가. 그나마 동부하이텍 정도가 믿고 맡길 만한 파운드리다. 이런 인프라가 많아져야 한다”고 말했다. B사 대표는 “국내 대기업 팹에서 IP 검증, 멀티프로젝트웨이퍼(MPW) 한번 하려면 굉장히 많은 돈을 내야 한다. 할 수가 없다. 협회나 정부가 한국형 오픈 파운드리 인프라 구축 주도하지 않으면 과거에도 그랬고 앞으로도 계속 경쟁력이 없을거다”라고 말했다. C사 대표는 “종합반도체기업(IDM)이 파운드리 하는 것 잘 생각해봐야 한다. 독자 칩 사업하면서 왜 남의 것도 만들려고 하겠나. (설계 유출 측면에서) 우려되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D사 대표는 “여기서 우리끼리 말해봤자 아무런 소용이 없다. 국내 3개사 공장을 다 이용하는데 우린 이름만 고객이지, 그들은 갑이고 우린 을”이라고 말했다. E사 대표는 “파운드리 얘기 지겹다. 굉장히 오래전부터 나왔던 얘기인데 아직도 이 얘길 하고 앉아 있다니. 해결이 안 되는 문제인 것 같다. 말이 안 통해 불편해도, 비싸도 해외 파운드리 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주엽 반도체 전문기자 powerus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