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일본, 유럽 등은 오래 전부터 가상현실(VR) 연구개발(R&D)에 국가 자원을 투입했다. 미국은 2000년대 중반부터 ‘혼합현실’이라는 이름으로 VR를 10대 미래 핵심전략 기술로 지정해 연구했다.
국가조사위원회(NRC)에서 연구개발을 지원했다. 최근 페이스북,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등 민간기업 중심으로 연구가 활발하다. 가상현실을 ICT와 합쳐 다양한 산업 분야에 접목하는 중장기 R&D로 발전시켰다.
유럽은 유럽연합(EU)차원에서 7차 종합계획(Seventh Framework Programme) 중심으로 기초연구에서 인프라, 실제 적용 등 다양한 R&D 정책을 펼친다.
EU가 2002년부터 2004년까지 진행한 ‘AMIRE’ 프로젝트에 총 360만유로 예산을 투입했다. 혼합현실 인터페이스, 컴포넌트, 프레임워크 등 개발을 목적으로 오스트리아, 독일, 스페인, 핀란드 등이 참여했다.
독일은 국책 연구기관 프라운호퍼IGD에서 개발한 가상 엔지니어링 기술을 BMW나 벤츠 등 독일 자동차에 적용했다.
일본은 역문부성 지원 아래 대학을 중심으로 가상현실 관련 연구개발 사업을 진행한다. ‘Virtual Reality Techno Japan’을 통해 일본 정부가 지원하는 38개 회사에서 2000억원 규모 펀드를 조성했다.
한국은 VR 선진국과 기술격차를 좁혀나가는 중이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에 따르면 기초연구 분야 기술 격차는 2012년 2.2년에서 2014년 2년으로 줄었다. 응용〃개발 연구분야 기술 격차는 2012년 2.4년에서 2014년 1.9년으로 감소했다.
기술격차가 줄어드는 추세지만 삼성전자 등이 보유한 디바이스 노하우를 전체 경쟁력으로 착각하면 안 된다는 지적이다. 중국이 디바이스 영역에서 빠르게 추격하기 때문이다.
국내 연구기관 관계자는 “아직 생태계가 구성되지 않았다고 한국 VR시장을 ‘열린 가능성’으로 보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글로벌 기업 기술력이나 중국 기업 가격 경쟁력을 뛰어넘는 무언가가 한국 생태계에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부 역할이 중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대기업은 VR 디바이스를 스마트폰 사업 전략 중 일부로 취급한다. 소프트웨어(SW)·콘텐츠 업계는 글로벌 진출을 시도하기에 영세하기 때문이다. 규제 정리나 각 분야 발전 속도를 맞추기 위해 정부가 관여해야 한다는 논리다.
현대원 한국VR산업협회장(서강대 교수)은 “이미 디바이스 영역은 글로벌 기업 위주로 구도가 정리 중”이라며 “한국은 정부가 콘텐츠, 플랫폼을 위주로 큰 프로젝트를 결성해 생태계를 만들어야한다”고 강조했다. 현 회장은 “아직 형성되지 않은 영역에서 세력화해 협상력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표>국내 가상〃증강현실 기술 미국 대비 기술 수준(단위: %) 출처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2014) ‘기술수준 평가’
김시소 게임 전문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