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제한 인터넷 주소체계인 ‘IPv6 전용 요금제’가 나온다. IPv6는 사물인터넷(IoT) 시대로 가기 위한 필수요소로 전용 요금제는 IPv6가 하나의 새로운 서비스로 정착되기 시작했다는 면에서 의미가 크다. 산업계와 사용자 인식을 전환하는데도 큰 몫을 담당할 전망이다.
26일 미래창조과학부는 현대HCN이 IPv6 전용 요금제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IoT 기술로 다양한 가전과 실내기기를 원격 제어하는 스마트 홈 요금제다. 현대HCN은 확정된 것은 아니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지만 업계는 연내 요금제가 출시될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HCN이 IPv6 요금제를 준비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풀이된다. 우선 가입자 인식을 전환해 IPv4에서 IPv6로 자연스러운 전환을 유도하기 위해서다. IPv6를 사용한다고 당장 고객 서비스 가격이나 품질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고객에게 IPv6를 인지시키는 차원에서는 효과가 크다.
IPv6 기반 새로운 사업 기회를 발굴할 수도 있다. 국내 IPv4 주소는 고갈이 머지않았다. IPv6 전환은 통신사업자와 케이블 업계 당면 과제다. 무제한 주소체계인 IPv6 전환이 가속되면 스마트홈을 비롯해 홈 IoT 관련 새로운 서비스를 주소에 구애받지 않고 개발할 수 있다. 단순한 센서가 아닌 데이터가 오가는 IoT 제품에는 각각 하나의 IP주소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IPv6는 보안성이 뛰어나기 때문에 로그인 없는 접속 등 특화 서비스 개발도 기대된다.
홈 IoT 분야에서는 지난해부터 전용 요금제가 나오면서 시장 확산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일부에서 제공하던 시범서비스가 하나의 상품으로 자리 잡았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IPv6 전용 요금제 역시 이 같을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현대HCN은 이날 C&M, CJ헬로비전과 국내 최초로 유선 초고속인터넷 IPv6 상용서비스를 개시했다. 서울과 수도권, 전북 등 11개 시범지역, 5만8000여 초고속인터넷 가구에 IPv6 서비스를 제공한다. 미래부와 각 사업자는 민·관 매칭 방식으로 14억원을 투자해 지난해부터 상용화를 준비해왔다.
사업자는 해당 가구에 듀얼 스택 방식으로 IPv6 서비스를 제공한다. 듀얼스택은 IPv4에서 IPv6로 자연스럽게 전환하기 위한 기술이다. 한 시스템에서 IPv4와 IPv6를 동시에 처리한다. IPv6 콘텐츠 사용이 늘면 서비스 업체는 IPv6만 제공하면 된다. 전용 요금제가 듀얼스택과 함께 유선 IPv6 전환에 힘을 보낼 것으로 보인다.
모바일 분야에서는 SK텔레콤-카카오에 이어 KT-네이버, LG유플러스 순으로 IPv6 상용화가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IPv6 전환을 가속화하려면 유선 분야 전환이 뒷받침돼야 한다. 미래부는 케이블 업계에 이어 3대 통신사 유선망의 IPv6 전환을 추진할 계획이다.
◇ IPv6(Internet Protocol version 6)= 고갈 직전인 IPv4를 대체하기 위해 제정한 인터넷 주소체계다. IPv4가 43억개(2의 32제곱) 주소를 지원한다면 IPv6는 43억의 4제곱(2의 128제곱)으로 무한대에 가까운 주소를 만들 수 있다.
안호천 통신방송 전문기자 hc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