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최고 시장가치의 애플 제국이 쇠락기미를 보이고 있다. 무엇보다도 제국성장의 견인차인 아이폰 정체가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주요 외신은 25일(현지시간) 애플의 2015년 4분기(애플 회계년도 2016년 1분기)실적 발표를 앞두고 애플이 정점에 올랐지만 쇠락의 징후를 보이고 있다는 보도를 쏟아내고 있다.
애플은 2년 전 4분기(애플 회계년도 1분기)에 576억달러의 매출을 기록했고 지난 해 4분기에는 766억달러의 매출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는 애플이 상장기업 가운데 사상최고의 수익을 내놓을 것이라는 전망을 뒷받침 한다.
하지만 많은 분석가들은 이제 애플 아이폰판매와 관련, 더 이상 예전같은 성장 여지가 없다는 데 공감하는 분위기다.
포춘지는 분석가의 말을 인용, 지난 해 4분기 아이폰 판매량이 당초 예상을 밑도는 2.8% 성장에 7천650만대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앞서 나온 전망치 7천800만대를 밑도는 것이다. 씨넷은 애플이 성장 여력을 잃었으며 아이폰 피로 증후군을 겪고 있다고 표현했다. AP는 애플이 올해 1분기에 전년 동기대비 급격한 판매 하락세에, 신제품 어느 것도 아이폰만큼 판매되지 않는다는 점을 전망하며 우려감을 전했다.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올해 1분기(애플 회계연도 2분기) 애플 매출 전망 가이드라인이 지난 해보다 4% 하락한 557억달러로 점쳐지고 있으며 이미 애플의 주가에도 반영되고 있다고 전했다.
■애플위기론 배경은 황금어장 아이폰의 성장정체
보도에 따르면 대다수 월가 분석가들이 애플의 지난 해 4분기 아이폰 판매량을 7천450만대 이상으로 보고 있다.
애플의 문제는 올해 1분기에는 아이폰 등장이래 사상 처음으로 전년 동기대비 급격한 아이폰 판매 하락세가 예고 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애플에게는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애플은 시가총액 기준 세계에서 가장 큰 기업가치를 가진 회사다. 그리고 그 배경에는 단연 폭발적 성장을 해 온 아이폰이 자리잡고 있다.
아이폰 매출은 지난 회계연도에 기록한 2천340억달러 매출 가운데 3분의 2를 차지했다. 하지만 완만한 아이폰 매출 성장세에 대한 우려는 수개월 째 애플 주가를 슬럼프에 빠뜨리고 있다. 이런 가운데 애플이 장차 어떤 회사가 될지에 대한 논란도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다.
그리고 최근 수년간 내놓은 신제품 가운데 아이폰같은 파괴력있는 제품이 보이지 않고 있다는 데에 애플의 더 큰 고민이 숨어 있다.
■애플 혁신정신 실종됐나, 진화중인가?
이를 두고 일부 비평가들은 애플의 혁신정신 실종을 말하고 있다. 그 반대쪽에 있는 사람들은 애플이 보다 광범위한 제품군과 서비스를 바탕으로 진화하고 있는 중이라고 말하고 있다.
월가의 안젤로 지노 S&P캐피털IQ분석가는 “지난해는 애플과 아이폰에 있어서 전례없는 해였다...아이폰 역사상 다시는 이런 성장세를 볼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투자자들은 26일(현지시간)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분기 실적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무엇보다도 이번 분기 중 아이폰이 과연 얼마나 팔릴지에 대한 가이드 라인에 촉각을 곤두세우게 될 것이다.
아이폰 판매는 대개 연말 성수기 이후 하강곡선을 그려 왔다. 하지만 분석가들은 애플이 최근 수주간 공급자들로부터 핵심 부품 공급을 줄여왔다며 통상적인 수준을 넘어서는 아이폰판매량 감소 전망을 내놓고 있다. (애플은 지난 해 가을 이후 아이폰 판매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일부 월가 전문가들은 애플이 성공의 후유증을 겪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애플은 지난 해 1분기(1~3월)중 6천100만대의 아이폰을 판매했다. 이는 전년동기대비 40% 성장한 수치다. 애플이 올해에도 이같은 엄청난 성공을 가져온 성장률을 이어가려면 분기 중 8천500만대의 아이폰을 팔아야 한다. 하지만 분석가들은 오히려 지난 해보다 줄어든 5천500만대 판매에 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스마트폰 시장 포화...아이폰도 힘 못쓴다
전세계에는 약 5억명의 아이폰 사용자가 있다. 이는 애플이 매년 아이폰 업그레이드를 통해 엄청나게 사용자 숫자를 늘려왔음을 의미한다. 하지만 일부 고객들은 업그레이드할 이유를 느끼지 못하면서 새로운 모델 구매를 미루기 시작했다.
일각에서는 애플신제품에 소개된 새로운 기능에도 불구하고 고객들은 최신 아이폰에서 더 이상 진정한 신기능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내놓기 시작했다. 지난 해 나온 아이폰6s시리즈조차도 비슷한 평가를 받고 있다.
따라서 애플은 올 가을 최신 아이폰 발표시 엄청난 변화를 보이며 판매 급상승으로 반전을 노려야 하는 상황이다. (일부 보도는 애플이 아이폰 판매를 늘리기 위해 오는 3월 지문인식,애플페이 지원 기능을 가진 4인치 아이폰을 내놓을 것이라고 전하고 있다.)
■애플 수년 전에도 비슷한 부진...기대주는?
물론 애플은 수년전 비슷한 부진 사이클을 경험한 적이 있다.
지난 2013년 4분기(~12월)에 아이폰 성장세는 7%에 그치는 부진을 보였었다. 하지만 이듬해 애플은 화면을 키운 아이폰을 내놓으며 폭발적인 판매 신장세를 기록했다. 특히 삼성의 대화면 스마트폰 갤럭시노트가 주도하던 아시아시장에서 맹위를 떨쳤다.
하지만 문제는 애플에게 더이상 이를 재현할 수준의 아이폰 급성장 요인이 존재하지 않는 것 같다는 점이다.
아이폰 판매가 성장 정체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애플은 아이폰과 연게된 따른 애플워치와 애플페이 무선 전자결제 서비스,애플 뮤직, 애플기기에서 시리를 이용하는 애플홈 등으로 성장을 모색하고 있다.
애플의 전략은 이들 서비스를 통해 아이폰을 더욱 더 유용하게 만들면서 안정적인 새로운 매출원을 확보하는 데 있다.
하지만 새로운 성장동력 제품 가운데 어느 것도 아이폰같은 파워를 보여주지 못하고있다는 데 애플의 고민이 숨어 있다. 아이패드 판매는 2년 연속 하락세를 보였다.
물론 월가 일부 전문가들은 여전히 잠재력을 갖춘 애플의 기업가치, 엄청난 현금 유동자산을 들면서 애플에 대해 우려할 필요가 없다고 말하고 있다.
반면 이제 더 이상 애플이 혁신의 최첨단에 서 있다고 말하기는 힘들다는 지적도 조금씩 나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애플은 비디오스트리밍, 가상현실(VR),무인자동차 같은 다양한 미래 제품에 손을 뻗치고 있다. 따라서 어떤 방식의 혁신으로 세상을 놀라게 할지는 더 두고 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세상을 바꾼 아이폰의 태동은
스티브 잡스는 지난 2007년 1월 9일 샌프란시스코 모스콘 센터에서 개최된 맥월드 컨벤션에서 아이폰을 세상에 처음 소개했다.
2개의 초기모델 중 4GB 모델은 499달러였고, 8GB모델은 599달러였다. 모두 이통사 2년약정 사용 조건이었다. 그해 6월 29일 미국시장에서 아이폰이 처음 출시됐다.
잡스의 아이폰 개발 프로젝트는 그보다 3년 전인 2004년 시작됐다. 애플은 1천명의 개발인력을 소집, 이른바 ‘퍼플 프로젝트(Project Purple)’를 시작했다.
이후 아이폰은 9세대의 모델을 내놓았고 각각의 단말기에는 9번의 iOS 업그레이드가 이뤄졌다.
이재구 전자신문인터넷 국제과학 전문기자 jk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