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충전기 보급주체를 놓고 대립각을 세웠던 정부와 완성차 업계가 원만한 합의점을 찾았다. 당초 정부는 충전기 보조금 집행부터 구축·설치·유지보수 등 사후관리까지 완성차 업체로 일원화할 방침이었지만, 업계가 이를 수용하지 않자 보조금 업무만 제외한 선에서 합의했다. 충전기와 완성차 업계, 지자체 등으로 분산됐던 대민 업무가 간소화됨에 따라 고객 불편이 해소될 전망이다. 다만 충전기 보조금이 2014년 700만원에서 올해 400만원으로 줄어 일각에서 부실공사 우려가 제기됐다.
24일 전기차 업계에 따르면 환경부가 최근 전기차 업체 6곳에 통보한 ‘2016년 전기차 보급사업 지침업무 요청안’을 완성차 업체가 전격 수용했다. 합의 공식화를 위한 환경부 최종 업무절차만 남겨놓은 상황이다.
환경부는 2017년부터 충전기 보조금 지원제도 폐지를 앞두고 차량당 충전기 보조금을 2014년 700만원에서 2015년 600만원, 2016년 400만원으로 순차적으로 내렸다. 시장 충격을 완화한다는 취지에서다.
여기에 올해부터 지자체와 충전기 업체가 해오던 충전기 보급과 구축, 유지보수 등 사후관리까지 완성차 업체가 맡도록 방침을 세웠다. 이에 완성차 업계는 지난달 한국자동차협회(KAMA)를 통해 환경부 전기차 충전기 보급 등 일원화 계획을 수용할 수 없다는 정식 공문을 제출했다. 충전기 제조나 설치 업무를 하지 않고 단순히 보조금을 집행 받아 충전기 업체로 전달하는 상황에서 사후관리 책임 주체가 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더욱이 충전기 정부 보조금이 400만원으로 줄어들면서 구축 환경에 따라 추가 비용이 더 들기 때문이다.
환경부는 이 같은 업계 입장을 받아들여 최근 업체별 간담회를 통해 합의안을 제시했다. 전기차 충전기 보조금 집행·처리업무는 종전대로 정부가 맡되 완성차 업체는 전기차·충전기 관련 민원 전담팀, 충전기 설치를 위한 입주민 동의서 등 전기차 보급관련 서류작업 일체를 맡기로 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완속충전기 설치부터 사후관리 일원화를 위해 집행 주체를 완성차 업체로 단일화하는 게 최선이지만, 업계가 현행 유지를 요청함에 보조금 집행 업무를 제외한 선에서 최종 협의 중”이라며 “완성차 업계 공식 입장이 전달되는 대로 내부 절차를 밟아 올해 보급 사업 진행에 차질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전기차 업체 관계자는 “환경부가 애초부터 충전기를 무상 보급했기 때문에 공짜로 준다는 인식이 확대된 만큼 이를 없애기 위한 노력은 정부 몫”이라며 “정부 합의안엔 동의하지만 올해 충전기 보조금이 400만원으로 줄어들면서 업계가 가격을 맞추기에 혈안인 만큼 부실공사가 우려되니 보다 철저한 관리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2016년 전기차·충전기 보급 관련 정부와 전기차 제작·공급사 역할 분담>
박태준 전기차/배터리 전문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