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온 청년을 만났다. 그는 그곳에서 두 번째 창업활동을 하고 있다. 첫 번째 창업은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만든 스마트폰 앱 개발사였다. 10여명이 2년간 일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이후 다른 기업에서 잠깐 일했고, 지금의 공동 창업자들을 만났다.
“창업 실패가 부담이 되거나 개인적 빚이 되지 않았나요?”라고 물었다. 그는 내게 “연대보증이냐”고 되물었다. 미국에서는 그런 일은 드물다고 말했다. “구글이나 페이스북 같은 회사는 창업 경험을 가진 사람을 우선 뽑는다”고 했다. 글로벌 IT기업에 들어가기 위해 창업을 반드시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명문대생도 많다고 했다.
“미국기업은 일사불란을 강조하는 한국기업과 달라요. 미국은 작고 빠른 셀 단위로 움직여요. 5명 정도 셀은 작은 기업이나 마찬가지라 창업 경험이 유용해요. 개인 동기부여가 중요하고 리더십이 필요하거든요.”
우리나라 창업 후 10년 생존율은 10% 미만이다. 성공률은 더욱 낮다. 성공한 1명 창업자 뒤에는 고배를 삼켜야하는 99명 창업자도 있다.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많은 청년 창업가들이 나섰지만 그 결과도 비슷하다.
올해 창업 지원 정책 키워드 중 하나도 재도전, 재창업이다. 두 번째 창업 성공률은 첫 번째보다 더 높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첫 번째 창업 실패는 곧 패가망신이다. 창업 실패를 독려하는 사회적 분위기, 제도가 뒷받침되지 않기 때문이다. 패자부활전에서 이길 확률이 높지만, 우리 사회는 재도전할 여지를 두지 않는다.
실리콘밸리 창업생태계는 정부가 만든 것이 아니다. 성공한 기업이 앞장섰기 때문에 달라졌다. 우리나라 대기업이 청년 실패도 격려하고 받아들인다면, 더 많은 청년이 도전에 나설 수 있을 것이다.
김명희 기업/정책 전문기자 noprint@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