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문인식으로 다시 일어선 크루셜텍`…극복 비결은 "기술 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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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당과 지옥을 오갔다. 스마트폰 부품 하나로 세계 1등 자리에 올랐다. 하지만 부품 하나 때문에 바닥으로 떨어졌다. 드라마틱한 스토리를 쓰고 있는 기업이 있다. 바로 크루셜텍이다.

◇세계 1등을 맛보다

2001년 설립된 크루셜텍은 세계 최초로 모바일 입력장치 ‘옵티컬트랙패드(OTP:Optical TrackPad)’를 상용화해 고속 성장했다.

OTP는 일종의 모바일용 광마우스다. 손가락의 미세한 움직임을 인식해 PC 마우스와 같은 유저인터페이스(UI)를 스마트폰에서 구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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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루셜텍 OTP 모듈

크루셜텍은 OTP를 캐나다 림(RIM) 스마트폰 ‘블랙베리’에 독점 공급하며 세계 시장을 석권했다. 블랙베리는 문자 입력이 편리한 쿼티키보드와 보안을 강점으로 내세워 시장에서 승승장구했다. 크루셜텍도 동반 상승한 것이다. 크루셜텍은 순식간에 2000억원대 회사로 성장했다. 부품 기업으로서는 이례적으로 영업이익률도 10% 이상을 기록했다.

하지만 스마트폰이 대화면과 터치입력을 중심으로 진화하면서 위기가 찾아왔다. 블랙베리가 힘을 잃기 시작했다. 크루셜텍 역시 흔들렸다. 당시 크루셜텍에 있어 림 매출 비중은 50% 이상으로 절대적이었다. 블랙베리 부진은 크루셜텍에 직격탄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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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림(RIM)의 블랙베리는 크루셜텍이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이었다.

100억원이 넘던 영업이익이 2012년 적자로 돌아섰다. 이후 손실 규모는 점점 커져 200억원대로 확대됐다. 그 사이 터치스크린(TSP) 시장에도 뛰어들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날개 없는 추락서 반전

구조조정을 피할 수 없었다. 임직원 상당수가 회사를 떠나야 하는 아픔을 겪었다. 벤처로 시작해 세계 시장을 석권한 한 기업의 성공스토리는 그렇게 씁쓸한 결말을 향했다.

반전 기회가 생겼다. 2012년 들어서 지문인식이 스마트폰 업계에 화두로 떠오른 것이다. 애플이 어센텍을 인수하며 지문인식 확보에 뛰어들자 다른 스마트폰 기업이 너도나도 움직였다.

크루셜텍은 마침 차세대 제품으로 OTP와 지문인식모듈(BTP) 통합을 구상하고 있었다. 어센텍이 집적회로(IC)를, 크루셜텍은 패키징과 모듈을 맡아 개발을 진행했다. 애플 움직임은 지문인식 모듈 필요성을 폭발시켰다. 미처 기술 확보를 못한 다수의 기업이 크루셜텍을 찾게 만든 계기가 됐다. 어려운 여건에서도 연구개발을 놓지 않았던 것이 기회를 잡을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됐던 셈이다.

크루셜텍은 2013년 말 후지쯔에 지문인식 모듈을 첫 공급하기 시작해 지금까지 14개 스마트폰 제조사 42개 모델에 납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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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문인식모듈을 만드는 크루셜텍 베트남 공장 모습.

그 결과 2014년 750억원까지 줄어든 매출이 지난해는 1478억원(3분기 누적 기준)으로 급반등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도 225억원 손실에서 142억원 흑자를 기록, 위기를 극복하고 다시 성장궤도에 진입하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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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건준 크루셜텍 대표

안건준 대표는 “세계 1위이던 기업이 그렇게 빨리 어려워질 줄은 상상도 못했다”면서 “시장 변화뿐 아니라 거래하는 상대 기업 미래도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는 걸 배웠다”고 말했다.

프리미엄폰 중심으로 채택되던 지문인식 기능이 최근 중·저가폰으로도 확대되는 추세다. 크루셜텍은 올해 두 배 이상 성장을 자신하고 있다. 과거의 경험을 반면교사 삼아 제품과 고객사를 보다 다양화하는 데 속도를 낼 계획이다.

안 대표는 “앞으로는 지문인식 모듈을 새로운 형태로 발전시키는 데 집중할 계획”이라며 “스마트폰 글라스 밑에 모듈을 탑재해 별도 홈키가 필요 없는 제품은 물론이고 포스터치가 통합된 제품, 디스플레이 전체에서 터치와 지문인식을 인식할 수 있는 제품 등을 개발, 상용화하겠다”고 말했다.

`지문인식으로 다시 일어선 크루셜텍`…극복 비결은 "기술 준비"

윤건일 전자/부품 전문기자 benyu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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