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과학자]노준석 포스텍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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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준석 포스텍 교수

학창시절 스타크래프트에 중독된 학생이 있었다. 이 학생은 게임을 할 때마다 ‘투명망토 기능이 있는 클로킹(Cloaking)이라는 기술이 현실에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라고 생각했다.

‘클로킹’은 PC게임 스타크래프트에 암살자로 불리는 유닛 ‘다크 템플러’ 전투능력 가운데 하나다. 투명망토 기능이 있어 적들이 이 유닛이 있는지 전혀 눈치채지 못한다.

스타에 중독됐던 그 학생이 대학에 진학했고 아예 ‘클로킹’을 현실에서 구현한 연구를 시작했다. 노준석 포스텍 기계공학과·화학공학과 교수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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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교수는 ‘클로킹’에 매료된 연구자다. 그는 “공부를 하다보면 연구주제를 정하게 되는데 그 순간마다 스타크래프트 클로킹 기술이 떠올랐다”고 했다.

눈에 보이지 않게 해주는 투명망토는 아직 영화나 소설에만 등장하는 소재다. 하지만 16년 전인 2000년에 메타물질이 발견되면서 현실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렸다.

실리콘과 금속 등이 섞여 만들어진 메타물질은 빛을 반사하지 않고 뒤로 돌려보낸다. 모든 물질은 빛을 반사해 눈에 보이기 때문에 빛을 반사하지 않으면 눈에는 투명하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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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노 교수는 메타물질을 응용한 원천기술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메타물질 원천기술 개발과 현미경으로도 전혀 보이지 않는 세계에서 빛과 물질의 상호작용, 초고해상도 이미징과 나노레이저, 나노리소그래피 등 응용연구를 진행 중이다.

그의 연구는 끊임없는 화제를 몰고 왔다. 미국 UC버클리 연구원 시절 그가 개발한 메타물질을 이용한 광학현미경 제조기술은 당시 연구자들로부터 큰 반향을 일으켰다. 광학현미경 제조기술은 가시광선을 이용해서도 수십 나노미터(㎚)를 관찰할 수 있는 기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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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기존 광학현미경은 물체가 빛 파장의 절반보다 작으면 볼 수 없었다. 회절한계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메타물질을 이용해 광학현미경 한계를 뛰어넘는 초고해상도 렌즈를 개발했다.

그로부터 1년 뒤 그는 메타물질로 세계에서 가장 작은 나노레이저를 만들었다. 빛을 증폭시켜 레이저를 발생시키는 광공진기다.

광공진기는 레이저뿐만 아니라 LED, 광센서나 광전자통신에도 응용할 수 있다. 노 교수는 “이 기술은 궁극적으로 실제 현실에서 물체를 덮을 수 있는 대면적 투명망토를 만드는 데 활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2014년 포스텍으로 자리를 옮긴 후에도 투명망토 연구는 현재진행형이다. 그는 메타물질을 이용한 연구성과로 최근 한국광학회가 만 35세 미만 우수 연구자에게 수여하는 ‘젊은 광과학자상’을 수상했다.

노 교수는 지난해 가시광선을 이용해 볼 수 없었던 바이러스나 단백질과 같이 살아있는 생체를 간단하게 볼 수 있는 초고해상도 현미경 기술을 개발했다.

이 연구로 그는 지난해 미국 에드몬드 옵틱스(Edmund Optics)의 ‘2015년 광고등교육경진대회’에서 은상을 수상, 7500달러 상당의 광학제품을 부상으로 받았다.

노 교수는 “현실에서 쓸 수 있는 커다란 투명망토를 만들기 위해선 갈 길이 멀다”며 “투명망토를 더욱 싸게 만들기 위한 연구는 저와 같은 공학자들이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말했다.


포항=정재훈기자 jhoo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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