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분석]네트워크 가상화 시장, 주도권 확보 경쟁 불붙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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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텔레콤·KT·LG유플러스가 차세대 통신인 5G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네트워크를 소프트웨어(SW)로 구현하는 기술에 집중 투자한다. ‘소프트웨어정의네트워크(SDN)’와 ‘네트워크기능가상화(NFV)’다. SDN·NFV는 네트워크 인프라를 개방형과 SW 중심으로 전환했다. 폐쇄적인 하드웨어(HW) 장비 시대보다는 다양한 사업자가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다. 누구보다 빠르고 안정적으로 SDN·NFV를 구현하는 기술 경쟁이 뜨겁다. 국내 이동통신사뿐 아니라 다국적 네트워크 기업과 국내 중소기업도 합류해 합종연횡하는 형국이다.

◇SK텔레콤, SDN 기술 상용화 속도 매서워

SK텔레콤은 최근 SDN 서비스를 연이어 상용화하면서 기술시장을 주도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지난해 11월 SK텔레콤은 전송망을 SW로 구현하는 기술(T-SDN)을 일부 장비에 적용해 상용화하는데 성공했다. 올해 안으로 기지국·교환기·전송 등 네트워크 3대 영역을 모두 가상화하는게 목표다.

지난달에는 3사 가운데 최초로 SDN 기반 분산 롱텀에벌루션(LTE) 교환기를 개발했다. 교환기를 여러 곳으로 나눠 데이터 용량이 커도 효율적으로 전송할 수 있다. 네트워크 장비 제어와 트래픽 전달 명령을 SW로 구현했다. 당시 SK텔레콤과 함께 개발에 참여했던 박성용 삼성전자 네트워크사업부 개발팀 상무는 “SDN 기술 도입으로 데이터 통신 속도를 높일뿐 아니라 고객 맞춤형 통신 서비스도 제공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SK텔레콤은 최종적으로 서버·스토리지·네트워크를 통합한 컴퓨팅 정보기술(IT)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 목표다. 하드웨어를 가상화해 SW적으로 네트워크를 제어하는 게 핵심이다. 서비스에 맞게 네트워크를 구분해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SK텔레콤 종합기술원 관계자는 “네트워크를 잘라서(슬라이싱) 고객이 원하는 서비스에 맞춰 네트워크를 구현할 수 있어야 5G가 실현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SK텔레콤은 지난해 말 데이터센터 기능을 강화하는 차세대 기술인 ‘소나(SONA)’도 선보였다. 서버와 네트워크 장비를 가상 프로그램으로 만들어 SDN 컨트롤러로 제어하는데 성공했다.

◇KT, SDN·NFV 포럼 주도

지난 2014년 SDN·NFV 포럼이 공식 출범했다. 공동 기술 개발과 관련 표준 마련에 협력하기 위해서다. 국가 연구개발(R&D) 사업과 정책 제언에도 힘쓰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포럼은 KT를 의장사로 이동통신사와 네트워크업체, 학계와 연구기관 전문가들이 참여하고 있다.

포럼을 이끌며 SDN·NFV 협력 사업에 집중할뿐 아니라 네트워크 장비 업체 등 관련 업계와 협업도 활발히 추진 중이다. 2012년부터 SDN·NFV 태스크포스(TF)를 꾸렸던 KT는 2014년부터 다국적기업·국내 중소기업 등을 규모에 관계없이 전략적 제휴를 확대했다. 2014년 2월 KT융합기술원은 NTT도코모와 SDN 연구현황을 공유하고 네트워크 가상화 협력 방안을 논의하며 공동 기술 개발을 추진했다.

같은해 7월 KT는 에릭슨엘지와 NFV 기반 차세대 네트워크 기술 개발에 협력하기로 약속했다. 10월에는 알카텔루슨트와 NFV 기반 인프라 구축을 위한 기술 협력 양해각서(MOU)를 교환했다. 망 효율을 높여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차세대 네트워크 환경 조성이 핵심이다. 국내 네트워크장비업체인 다산네트웍스와 공동으로 SDN 스위치를 개발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일찍이 SDN·NFV 기술에 관심을 가졌던 KT는 다양한 업체와 협력하면서 ‘연합군’을 형성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며 “글로벌 시장에서도 통용될 수 있는 기술 구현에 초점을 맞춘 것”이라고 평가했다.

◇맹추격하는 LG유플러스

업계에서는 LG유플러스의 SDN·NFV 시동이 늦게 켜졌다고 평가했다. 지난 2013년부터 관련 기술 타당성 검증에 나섰지만 당시만해도 대형 통신사에 SDN을 도입하기에 성능이 미흡하다는 인식이 앞섰다. 그러나 SDN·NFV이 차세대 네트워크 핵심 기술로 확연히 부각되면서 기술 개발 방향을 명확히 설정했다.

에릭슨LG 등과 함께 SDN 기술 협력이 대표적이다. 기존까지 SDN컨트롤러와 장비 연동에 기술 초점이 맞춰졌다면 LG유플러스와 에릭슨LG는 SDN 플랫폼에 집중했다. 네트워크 운영 관리 전체를 자동화해 5G를 위한 인텔리전스 네트워크를 구현한다는 전략이다. LG유플러스에 주요 기지국 장비를 공급한 화웨이가 SDN·NFV 개발에 공을 들이는 만큼, 새로운 협력 모델을 구상할 수도 있다는 평가도 있다.

LG유플러스는 최근 발표한 ‘5G 백서’에서 사물인터넷(IoT)과 커넥티드카, 클라우드 인프라 구축에 필요한 SDN 기술 방향을 제시하기도 했다. 백서는 “IoT 그룹을 모듈을 통해 하나의 신호로 제어할 수 있다”며 “모듈화를 위한 핵심 기술 후보로 NFV와 SDN을 꼽을 수 있다”고 밝혔다.

소프트웨어정의네트워크(SDN)·네트워크기능가상화(NFV)

SDN=소프트웨어정의네트워크(Software Defined Networking)의 약자. 기존 네트워크 장비에서 하드웨어(HW)와 소프트웨어(SW)를 기능적으로 분리, 직접 프로그래밍할 수 있는 새로운 네트워크 구조. SW를 통해 네트워크를 관리할 수 있어 호환성이 높고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다. 대규모 네트워크 환경에서 성능과 확장성, 보안 등이 해결 과제로 남아있다.

NFV=네트워크 가상화(Network Function Virtualization)의 약자. 하드웨어 등 물리적인 네트워크를 가상머신(Virtual Machine·VM)에 탑재해 실행하는 방식. 네트워크 장비를 서버나 스토리지, 스위치를 통해 제어할 수 있고 네트워크 장비 운영 비용을 낮출 수 있다. 서비스 대응이 빨라 시장 수요에 신속히 대처할 수 있다고 평가받는다.

[표]세계 SDN 시장 규모

자료 : SDX센트럴

[표]SDN·NFV 주요 특징

자료 : ETRI

[이슈 분석]네트워크 가상화 시장, 주도권 확보 경쟁 불붙어
[이슈 분석]네트워크 가상화 시장, 주도권 확보 경쟁 불붙어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