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개월 이상 가입자가 기기변경 시 위약금을 유예해 주는 제도가 시장을 고착화시켜 경쟁 활성화를 저해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동통신사가 기변 고객을 위해 제공하는 보상책이지만 번호이동과 기변을 차별하고 단말 교체 주기를 앞당겨 ‘단말기 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취지에도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20일 이동통신 업계에 따르면 번호이동 고객이 급격히 줄고 한해 기변 고객이 1000만건(2015년 추정)을 웃돌면서 18개월 이상 가입자 기변 시 위약금을 유예하는 제도가 다시 논란이 되고 있다.
이통사는 18개월 이상 가입자가 다른 이통사로 번호이동을 하지 않고 기기만 변경할 경우 고객 보상 차원에서 위약금을 유예한다. 예를 들어 A이통사에서 24개월 약정을 맺고 서비스를 사용하다가 18개월 시점에서 기기만 변경하면 나머지 6개월에 대한 위약금은 유예해준다.
새롭게 맺는 24개월 약정 기간을 모두 채우면 이 6개월은 면제된다. 만일 두 번째 24개월 약정 기간에도 18개월에 기변을 하면 첫 번째 유예 받은 6개월에 대해선 위약금을 물고 두 번째 남은 6개월은 유예되는 식이다.
문제는 이 제도가 단통법의 ‘가입 유형별 차별 금지’ 조항 위반 소지가 있다는 점이다. 단통법은 번호이동이나 기기변경, 신규가입 등 가입 유형에 따른 이용자 차별을 금지한다. 기변이든 번호이동이든 지원금이 동일한 것도 이 때문이다. 기변만 위약금을 유예해주는 방식을 두고 단통법 위반 논란이 일고 있다.
유통점을 비롯한 일각에서는 기계가 고장나거나 피치 못할 사정으로 교체해야 하는 고객에게는 유리한 제도라고 주장한다. 고객 위약금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편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성능이 향상되면서 2년 이상 사용해도 문제가 없는 단말이 늘고 있다. 18개월 시점에 기기를 바꾸는 고객은 신제품 사용이 목적인 경우가 많다. 이는 20% 요금할인 제도까지 도입하며 단말 사용 기간을 늘리려는 정부 정책과 상충된다.
가장 큰 문제는 유예한 위약금이 새 약정 24개월을 모두 채우면 면제되기 때문에 기변 시장만 지속적으로 늘어난다는 점이다. 기변 고객이 늘어나는 것은 서비스 품질 향상의 결과다. 지원금으로 가입자 빼앗기 경쟁에만 집중하던 과거와는 달라진 모습이다. 하지만 시장 활성화를 위해서는 번호이동과 기변이 적정한 비율을 이루며 성장해야 한다.
한 이통사 관계자는 “한번 이통사 서비스에 가입한 고객이 18개월 후 기기를 바꾸면 위약금이 유예되고 이를 면제받기 위해 계속 해당 이통사를 이용한다”며 “여러 장벽이 시장을 고착화시키고 경쟁을 제한하고 있어 이는 비용증가 등 소비자 피해로 돌아갈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래창조과학부는 “해당 사항에 대해 문제가 있다고 보는 시각이 있지만 소비자 피해로 이어지는지 아닌지는 확인된 게 없다”며 “소비자 피해가 발생한다면 시정이 필요하겠지만 지금은 시장 상황을 지켜보는 상태”라고 밝혔다.
안호천 통신방송 전문기자 hc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