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저가폰과 통신사 전용폰, 차이나폰이 ‘스마트폰 시장 3대 흐름’으로 자리 잡았다. 제품 성능 향상과 통신비 부담 증가, 시장 고착화 가속, 중국 기술 발전 등 이동통신 시장의 달라진 상황을 반영하는 현상이다.
18일 미래창조과학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50만원 미만 중저가폰 판매 비중이 국내 휴대폰시장에서 34.0%로 파악됐다.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단통법) 시행 이전인 2014년 7~9월 평균 21.5%였던 것과 비교하면 10% 이상 늘었다. 단통법 시행 이후 50만원 미만 중저가폰 판매 비중은 꾸준히 35% 안팎을 유지하고 있다. 아이폰 신제품이 출시됐던 지난해 10월과 11월을 제외하면 고객 10명 가운데 3명이 중저가폰을 구매했다.
특정 이통사에서 개통할 수 있는 이통사 전용폰 출시도 늘고 있다. 지난해 SK텔레콤은 아이돌 착과 루나, 넥서스6P, 갤럭시폴더 3G, 갤럭시A8, LG밴드플레이를 단독 출시했다. 오는 22일에는 제2 설현폰 쏠 출시를 앞뒀다. KT는 LG전자 G스타일로와 삼성전자 갤럭시J7을, LG유플러스는 LG전자 아이스크림 스마트와 화웨이 Y6를 전용폰으로 선보였다.
중국 스마트폰 국내 출시도 늘어났다. 2014년 LG유플러스가 들여온 화웨이 X3에 이어 지난해 알카텔원터치 아이돌 착, 레노버 팹플러스, 화웨이 넥서스6P(구글 합작), Y6가 연이어 출시됐다. 루나와 쏠도 제작은 대만과 중국 제조사가 담당했다.
중저가폰과 전용폰, 중국 스마트폰이 증가하는 이유는 복합적이다. 우선 중저가폰에 대한 소비자 인식이 달라졌다. 단통법 시행 이후 통신비에 부담을 느낀 소비자가 중저가폰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기술 발달로 과거 프리미엄 모델에서 볼 수 있던 기능과 재원을 중저가폰에서도 제공하게 됐다. 이는 프리미엄 모델에서 더 이상 시장을 주도할 만한 기술을 찾아보기 어렵다는 의미다.
국내 소비자가 중국 제품을 바라보는 시각도 변화가 일고 있다. 2GB 램과 4050㎃h 배터리를 탑재한 샤오미 홍미노트와 공짜폰 Y6 등 중국 아니면 제작이 어려운 제품이 중저가폰 시장 판도를 바꾸고 있다. 화웨이 등 중국 제조사는 진화한 기술력을 앞세워 50만원 이상 중고가, 프리미엄 폰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차별화 포인트를 강화하려는 이통사 전용폰도 활기를 띠고 있다. 2014년에 SK텔레콤이 T액션(동작으로 기능 활성화) 기능을 담아 전용으로 출시한 G3A가 대표적이다. 3사 공동 제품으로는 이 같은 개별 통신사만의 서비스가 어렵다. 차별화로 고착화된 시장에서 고객을 유치하는 게 목적이다.
기업 간 비즈니스 관계도 영향을 미친다. 권영수 부회장은 최근 열린 신년회에서 화웨이 Y6를 단독 출시한 이유에 대해 “SK텔레콤이나 KT에 전용폰이 많은 데 비해 우리에겐 전용폰이 적다”며 “국내 제조사가 공략하기 어려운 저가폰 영역에서 전용폰으로 대응하려는 취지”이라고 말했다.
통신업계는 올해도 중저가폰과 이통사 전용폰, 중국 제품 출시가 꾸준히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중저가폰으로는 과거 프리미엄 폰의 수익을 올리기가 어렵다. 따라서 새로운 시장 트렌드에 맞는 수익 향상 방안이 이통사와 제조사의 주요 고민거리로 떠올랐다.
<단말기 가격대별 판매량 비중(자료:미래부)>
<2015년 1월 이후 출시된 중국 제조 스마트폰 자료:업계종합>
안호천 통신방송 전문기자 hc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