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장 직업병 협상 최대 쟁점인 재발방지 대책이 타결됐다. 보상, 사과 등은 이미 개별 협상으로 진전된 상태여서 사실상 마무리 국면에 접어들었다.
삼성 직업병 협상 당사자인 삼성전자, 삼성직업병가족대책위원회(가대위), 반올림은 12일 서울 서대문구 법무법인 지평 사무실에서 삼성직업병조정위원회 중재로 ‘재해예방대책’ 합의서에 서명했다.
조정위는 이날 재해예방대책으로 삼성전자 내부 재해관리 시스템을 강화하고 외부 독립기구인 옴부즈만 위원회 설치를 제안했다. 협상 당사자 모두 이를 수용했다.
삼성전자 재해관리 시스템 강화안은 △보건관리팀 조직·규모·역할 확대 △건강지킴이센터 신설 운영 △건강연구소를 통한 조사와 연구활동 △근로자 안전과 보건에 영향을 미치는 자료 보존기간 연장 △지역사회 환경단체·주민·대학교 등과 소통 확대 방안 모색 △건강검진과 산업재해보상신청 지원 체제 보강 등으로 이뤄졌다.
작업환경 종합진단과 개선사항 이행여부를 점검할 옴부즈만 위원회는 위원장 한 명과 위원 두 명으로 구성된다. 조정위는 위원장으로 이철수 서울대 법과대학 교수를 추천했다. 협상 당사자 모두 이를 수용했다. 이철수 교수는 중앙노동위원회 공익위원, 서울대 노동법연구회 회장, 고용복지법센터장을 겸하고 있다.
조정위는 “이 교수는 한국 노동법학계를 대표하는 학자이자 노동문제 실무가 중 한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나머지 위원 두 명은 이철수 교수가 지정한다.
옴부즈만 위원회는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장 작업환경 중 유해인자 관리 실태 등을 평가하고 개선방안을 권고할 수 있다. 위원회는 또 종합진단 결과와 개선사항 이행점검 실태를 보고서 형태로 공개키로 했다. 옴부즈만 위원회는 올해부터 3년간 활동하되 필요한 경우 추가로 3년 범위 안에서 연장 가능하다.
삼성전자가 옴부즈만 위원회라는 외부 감사 기구 설치를 받아들임으로써 협상 최대 쟁점이 타결됐다는 평가다.
백수현 삼성전자 커뮤니케이션팀 전무는 “오랫동안 진행돼 왔던 이 문제가 대화를 통해 합의에 이른 것을 뜻깊게 생각한다”며 “합의가 잘 이행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송창호 가대위 대표는 “실질적 보상과 사과가 이뤄졌고 이 덕에 재발방지 대책도 상호 합의가 이뤄졌다고 생각한다”며 “합의가 잘 돼 다행”이라고 말했다.
다만 반올림 측 황상기씨는 “이번 합의는 ‘재발방지’ 대책에만 국한된 것으로 사과와 보상 문제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며 “사과와 보상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반올림은 끝까지 농성하겠다”고 말했다.
김지형 조정위원장은 “사과와 보상은 조정 주체 간 입장차가 워낙 커 논의가 보류됐다”며 “조정위는 조정을 계속할 의향이 있는 만큼 각 주체 의견을 듣고 추가 조정 방향을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9월 보상위원회를 발족하고 최근까지 자사와 협력사 퇴직자를 대상으로 직업병 보상 신청을 받았다. 150여명 신청자 가운데 100여명에 보상금 지급이 완료됐다. 이 중에는 반올림에 산재 신청을 부탁했던 이들도 상당수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는 보상금을 받는 이들에게 권오현 대표이사 명의로 “발병자와 가족 아픔을 헤아리는데 소홀한 부분이 있었다.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적힌 사과 편지를 발송했다.
한주엽기자 powerus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