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지도 작성에 필요한 생체조직 투명화를 고속으로 진행하는 방법을 국내 연구진이 개발했다. 이로써 뇌지도 작성에 한 발 가까워졌다. 국내 연구진이 기존 기술보다 30배 이상 고효율을 내는 기술을 개발해 그 성과가 학술지에 게재됐다.
선웅 고려대학교 교수 연구팀은 지난해 미래창조과학부 지원을 받아 ‘뇌발달 장애 진단과 조절기술 개발’ 연구를 수행중이다. 연구팀은 뇌발달 지도 구축을 위한 핵심원천기술인 ‘초고속 생체조직 투명화와 3차원 조직면역염색기술(ACT-PRESTO)’을 개발 확립했다고 11일 밝혔다. 이 기술 개발 결과는 뇌과학분야 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 온라인판 11일자에 게재됐다.
생체조직 투명화 기술(CLARITY)은 뇌세포와 여러 분자의 3차원 분포를 관찰할 수 있게 해 뇌지도를 작성하거나 뇌질환을 연구하는데 기여할 수 있는 획기적 기술로 평가된다. 그러나 기존 생체조직 투명화 기술은 생체조직을 투명화하는 속도가 매우 느리고 생체조직 내 항체침투력이 매우 낮았다. 생쥐의 뇌를 투명화해 단백질 분포를 확인하기까지 수 개월의 오랜 시간이 소요돼 연구에 활용하거나 임상 진단 기술로 발전시키기에는 문제점이 있었다. 3차원적 구조 관찰에도 한계가 있었다.
이번에 개발된 ACT(Active Clarity Technique)는 생체조직 투명화 기술로 기존 보고된 방법인 ‘투명화(CLARITY)’ 보다 최대 30배 이상 고효율로 다양한 크기의 장기와 개체를 투명화 할 수 있는 혁신적인 기술이다. 극대화된 항체침투력으로 3차원 조직관찰도 가능하다.
기존 투명화(CLARITY)은 생쥐 뇌조직 투명화에 2~4주 가량 시간이 소요되는데, ACT 기술을 사용할 경우 조직투명화 시간을 6시간으로 단축할 수 있다. 중·대형 동물의 뇌, 장기 등 여러 범주 연구에 적용이 가능하고 향후 뇌지도 구축과 뇌질환 연구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뇌지도가 완성되면 인간 기억의 비밀을 풀 수 있고, 가짜경험을 뇌에 넣는 일도 가능해진다.
연구진은 투명화 기술의 기본 원리를 활용해 ACT 기술을 개발했다. 기존 환경보다 좀 더 성긴 그물망이 뇌 조직 내부에 형성되도록 해 지질이 뇌에서 더 잘 씻겨나갈 수 있는 조건을 확립했다. 뇌를 비롯한 모든 생체조직을 단순히 관찰하기 위한 방법으로만 사용되는 것이 아니라, 현재 임상에서 통용되는 2차원적 병리학적 진단과 3차원 병리진단으로 새 패러다임의 변화를 주도할 것으로 기대된다.
선웅 교수는 “이번 연구로 향후 뇌지도 작성의 필수 핵심기술을 확보했으며, 새로운 진단지표발굴로 혁신적 3차원 진단법 개발 기반을 마련하게 됐다”고 연구 의의를 밝혔다.
송혜영기자 hybri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