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수 카카오 이사회의장이 또 한 번 일을 저질렀다. 카카오 연 매출 갑절에 달하는 1조8700억원을 로엔엔터테인먼트 인수에 투자했다. 유상증자 조달분을 감안하더라도 한해 매출을 몽땅 쏟아부어야 할 정도로 ‘빅딜’이다.
김 의장은 카카오 최대주주이자 이사회의장이지만 경영 전면에는 나서지 않는다. 카카오 전신인 아이위랩 초기 시절 대표를 역임했을 뿐 줄곧 후선에서 큰 그림을 그렸다. 전문경영인에게 최고경영자(CEO) 역할을 부여했다.
지난해 8월에는 30대, 외부 출신 임지훈 전 케이큐브벤처스 대표를 카카오 신임 대표로 선임해 눈길을 끌었다. 다음과 합병 후 조직을 추스르는 데 주력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김 의장은 과감한 혁신을 선택했다. 이에 맞춰 임 대표는 신규 O2O 서비스를 분기마다 한두 개씩 내놓겠다며 카카오 사업지도 개편을 예고했다.
김 의장은 한 발 더 나아갔다. 국내 최대 음악콘텐츠업체 로엔 인수로 모바일 플랫폼 사업 전체 지형도를 바꾸기로 했다. 임 대표와 교감이 있었겠지만 인수 규모를 감안하면 김 의장 결단력이 작용했다는 평이다.
김 의장은 로엔 인수금액 확보를 위한 유상증자로 지분율 하락도 감수했다. 자신 지분은 20.9%에서 18.8%로 떨어진다. 스타인베스트홀딩스·SK플래닛 등 기존 로엔 주주 카카오 지분은 10.3%에 달한다.
김 의장은 메신저 사업 한계와 해외 진출 의문, 카카오 대리운전 사업 추진 과정에서 나타난 논란 등 크고 작은 악재가 계속되지만 갈 길을 가겠다는 결심을 내렸다.
카카오가 11일 로엔 인수를 발표하면서 밝힌 대로 ‘또 다른 도전과 혁신에 나서겠다’는 뜻이다. 메신저에서 시작해 게임·O2O·금융·콘텐츠로 이어진 김범수식 도전이 어디까지 뻗어나갈지 주목할 일이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