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CES 화두는 역시 `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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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텔은 올해 CES서 PC를 단 한 대도 전시하지 않았다. PC 자리는 드론과 웨어러블 등 IoT 기기가 꿰찼다. 인텔 리얼센스 카메라 솔루션을 탑재, 충돌 방지 기능을 갖춘 중국 유닉 신형 드론 ‘타이푼H’는 인텔 전시관 내 마련한 그물망 속을 이러 저리 날아다녔다.

엔비디아는 그래픽처리장치(GPU) 병렬컴퓨팅 기술 기반 차량용 슈퍼컴퓨터 모듈 드라이브 ‘PX2’를 선보였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드라이브 PX2와 ‘딥 러닝’ 비전 기술로 자율주행차 시대를 열겠다고 강조했다. 스웨덴 볼보는 엔비디아 솔루션으로 자율주행차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전통적 PC 칩 업체들은 그렇게 IoT로, 자동차로 사업 영역을 바꿔가고 있었다.

NXP에 쏠린 관심도 시장 변화를 잘 말해줬다. NXP는 프리스케일 합병 완료 후 세계 1위 자동차 반도체 업체로 발돋움했다. 자동차업계 관계자가 이를 모를 리 없다. NXP 전시관에는 차량 칩 솔루션을 보기 위해 몰려든 세계 주요 완성차 업체와 전장업체 관계자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변화 기류는 퀄컴 전시관에서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퀄컴은 올해 CES서 첫 프리미엄 차량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스냅드래곤 820A’를 발표했다. IoT 칩 솔루션은 스마트폰을 누르고 주력 전시 품목으로 떠올랐다. 스마트폰 시장 최대 수혜 업체인 퀄컴이 이런 행보를 보인 이유는 스마트폰이 점점 더 재미 없는 시장으로 변해가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전자업체 샤프와 도시바는 올해 CES에 참여하지 않았다. 샤프는 실적부진, 도시바는 회계부정으로 내홍을 앓는 중이다. 두 업체는 중화권 업체에 TV 생산 공장을 매각하고 브랜드 사용권을 양도했다. 중국 하이센스는 CES 기자회견에서 당당히 일본 샤프 브랜드를 단 신형 TV를 공개했다. 샤프와 도시바는 CES에 나올 여력도, 나올 이유도 없었던 것이다.

빨리 변해야 한다. 기다릴 이유가 없다. 항공모함은 키를 돌리면 서서히 돌아간다. 배는 침몰하는데 구명정도 띄우지 않으면 다 같이 죽자는 얘기다. 지금 잘나가는 우리 기업도 도시바, 샤프처럼 되지 말란 법이 없다.


한주엽기자 powerusr@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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