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올림 사실왜곡 논란… 직업병 관련 없는 `폐암`까지 끌어들여

직업병 관련 노동단체 반올림이 과학·통계적 근거가 미약한 주장을 펼치면서 사실 왜곡 논란이 불거졌다.

반올림은 지난 27일 삼성전자 LCD사업장에서 근무하다 폐암으로 사망한 근로자 부고를 홈페이지에 게재했다. 반올림은 부고에서 “해당 근로자는 삼성전자 LCD생산라인에서 7년 5개월간 근무하다 퇴사, 이후 폐암 말기 진단을 받고 3년간 투병 중 숨졌다”며 “삼성은 죽음 앞에 무릎 꿇고 사죄하라”고 주장했다. 반올림 측은 글 말미에 “현재까지 제보된 삼성 반도체, LCD 공장 폐암 피해자(발병자)는 총 여섯명”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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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올림은 지난 27일 홈페이지에 삼성전자 LCD사업장에서 근무하다 폐암으로 사망한 근로자 부고를 게재했다.

반올림은 근로자 폐암 발병이 삼성 내 열악한 작업환경 때문인 것으로 묘사했다. 과학적 근거는 제시되지 않았다.

김수근 성균관대 의과대학 직업환경의학과 교수는 “폐암은 석면과 분진에 의한 영향만을 직업병으로 인정할 뿐, 먼지에 극도로 민감한 반도체와 LCD 분야에서는 세계적으로도 그 연관성을 인정한 바 없다”고 설명했다.

해당 근로자는 2013년 고용노동부 산하 근로복지공단에 산업재해 신청을 했으나 지난 2월 불승인 판정을 받았다. 연관성이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통계적 의미도 사실상 없었다. 중앙암등록본부가 2012년 발간한 암 등록통계를 보면 우리나라 인구 10만명당 폐암 발병자는 연간 44명이다. 삼성전자 전·현직 직원이 10만명에 이르고 공장 운용 시점이 30년을 넘어가고 있는 가운데 발병자 여섯명은 통계적으로 유의미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2008년 산업안전보건공단 조사결과에 따르면 대한민국 평균 암 발병률과 사망률을 각각 1로 봤을 때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장 내 암 발병자는 남자 0.86, 여자 0.97로 낮고 남녀 사망률은 0.74로 사회 평균치에 못 미쳤다.

김수근 교수는 “반올림은 삼성전자 전·현직 직원 중 암 발병자, 사망자가 나올 때마다 ‘삼성 때문’이라고 호도하고 있다”며 “이런 주장이 계속되는 바람에 대한민국 내 직업성 암에 대한 인식은 완전히 왜곡돼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임종화 경기대 무역학과 객원교수는 “반올림은 실제 피해 주장자를 위한 빠른 문제 해결보단 이슈를 장기적으로 끌고 가겠다는 목표를 수립한 것으로 보인다”며 “궁극적으로는 삼성 내부로 들어가 회사 주요 결정사항을 좌지우지 하겠다는 의지를 가진 만큼 과학·통계적 근거보단 단순 이슈화에 계속 몰두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올림은 삼성 내 200여명 직업병 환자가 나왔다고 주장 중이다. 하지만 상세한 명단을 공개한 적이 없다.


한주엽기자 powerusr@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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