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펙이 전무한 인턴사원으로 고군분투하는 드라마 ‘미생’ 장그래. 영화 ‘변호인’에서 부당한 공권력에 고통 받는 대학생 진우. 배우 겸 가수 임시완을 생각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모습이다. 이런 그에게 2015년 또 하나 수식어가 생겼다. 핀테크 홍보대사다.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8월 임시완을 핀테크 홍보대사로 위촉했다. 지금까지 카드, 보험사 광고에 긍정적 이미지를 위한 연예인 출연은 많았지만 금융당국이 연예인을 발탁한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핀테크는 4대 국정개혁과제 중 가장 중요한 금융개혁의 상징이다.
이례적 발탁에도 불구하고 임시완은 생소하고 어려웠던 핀테크를 대중에게 친근하게 알리고 핀테크 활성화에 더할 나위 없이 기여했다.
행사나 홍보영상에 참여하는 기존 홍보대사 역할에 머무르지 않고 전자신문에 직접 쓴 핀테크 체험기까지 연재했다.
‘간편결제’편을 시작으로 핀테크보안, 크라우드펀딩, 간편송금, 핀테크 활성화 등 생생한 체험기를 5회에 걸쳐 선보였다. 매주 원고지 6~7장 분량이 넘는 글을 직접 작성해 보냈다. 해외 촬영 중에도 원고는 빼먹지 않았다.
맞춤법을 손볼 필요가 없을 정도로 심혈을 기울여 작성한 티가 역력했다.
스마트폰으로 핀테크를 체험하고 기록하고 때론 기사를 찾아가며 공부했다고 한다. 조금이라도 독자에게 진정성을 갖고 핀테크를 알리기 위해서다.
“핀테크는 이미 실생활에 많은 부분 스며들었더라고요. 실생활에 도움이 되는 부분은 많이 알리면 좋잖아요. 좋은 건 많이 알리자는 마음으로 기고를 시작했어요.”
인터뷰는 연재 마지막 기획으로 핀테크에 대한 그간 소회를 직접 듣기 위해 마련했다.
찬바람이 부는 지난 연말 오후 서울 중구 한 은행에서 만난 임시완은 “핀테크 홍보대사보다 전자신문 연재가 더 어려웠다”며 환하게 웃으며 기자를 맞았다.
-금융위원회에서 위촉한 핀테크 홍보대사, 쉽지 않았을 것 같다.
▲핀테크 홍보대사 제안이 들어왔을 때 굉장히 생소했다. 뉴스에서 한두 번 접한 게 다였다. 생소한 분야 홍보대사를 하는 것 자체가 부담스러웠다. 부랴부랴 핀테크를 찾아보니 ‘금융(Financial)’과 ‘기술(technology)’ 합성어였다. 지금은 누가 핀테크가 뭐냐고 물어보면 자신 있게 설명한다. 알고 봤더니 내가 몰랐을 뿐이지 핀테크는 이미 실생활에 스며들어 있었다. 좋은 건 많이 알려야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했다.
-전자신문에 간편결제, 핀테크보안, 크라우드펀딩, 간편송금, 핀테크 활성화 등을 주제로 매주 연재했다. 연예인으로 활동하며 오랜만에 한 글쓰기는 어땠나.
▲쉽지 않았다. 관심은 있지만 내면 속속들이 알지 못해서 사실 홍보대사보다 글쓰기가 더 부담스러웠다. 잘못된 지식을 전달해드리면 어쩌나, 괜히 일이 커진 것 아닐까. 매주 나가는 연재 기사라서 시작 전에는 부담이 됐다. 그러나 핀테크 홍보대사로서 많은 분들에게 핀테크에 대해 알리는 것이 내 임무라고 생각했다.
-5편의 연재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체험기를 꼽아 달라.
▲가장 간단하게 접할 수 있는 간편결제부터 차근차근 시작했다. 첫 시작이었던 간편결제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좀 더 정확하고 세세한 정보를 드리기 위해 많은 간편결제를 체험했다. 기존 결제보다 간편하고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는 점이 매력적이었다.
-현재 즐겨쓰는 간편결제는 무엇인가.
▲A페이다. 핀테크 홍보대사가 되고부터 쓰게 됐다. 기사도 찾아보고, 궁금했다. 직접 식당에 가서 A페이로 결제를 할 수 있냐고 여쭸더니 점원이 내 휴대폰을 신주단지 모시듯 가져갔다. 점원도 처음이라고 하더라. 단말기에 대자 바로 결제가 되니 나도 점원도 신기했다.
-다른 연예인 동료도 간편결제를 쓰는가.
▲많이 퍼지고 있는 듯하다. 핀테크 전도사 역할을 할 때도 있다. 친구끼리 있을 때 내가 재미있는 거 보여주겠다면서 A페이를 꺼낸다. 눈으로 직접 볼 수 있으니까 반응이 제일 좋다. 사용하다보니 오해도 있더라. 한 상점 직원은 “우리 카드 단말기는 구형이라 오래돼서 안 된다”고 말하더라. 스마트폰에서 자기장을 내보내는 원리라는 개념을 알고, 구형 카드 단말기도 사용 가능하다는 점을 알려줬다. 그렇게 새로운 것을 알고 알려주면서 자부심도 느꼈다. 팬들도 덕분에 핀테크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고 말한다. 조만간 내가 간편결제하는 모습을 영상으로 찍어 SNS에 올릴 계획이다.
-간편결제를 포함해 핀테크를 가장 유용하게 썼던 적은 언제인가.
▲차량 이동이 많고 대중이 많이 모인 공공장소 출입이 자유롭지 못하다 보니 원클릭 간편 결제와 간편송금 두 가지가 가장 유용했다. 사고 싶은 물건을 온라인에서 구매할 때 버튼 하나로 빠르게 결제되고 해외에서도 국내 상품을 쉽게 살 수 있어 경제 활성화에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고향에 계신 부모님에게 용돈을 보내드리면서 공인인증서 없이 송금할 수 있어 편리했다.
-(임시완은 2007년 부산대에 입학해 음악이나 연기가 아닌 기계공학을 전공했다. 아이돌 그룹 ‘제국의 아이들’로 연예 활동을 시작한 후 학교를 중퇴했다. 남다른 핀테크 호기심이 우연이 아니다.) 공대생이 보는 핀테크는 어떤가.
▲공대 출신이라 그런지 핀테크에 대해 호기심이 많다. 전공 덕분에 핀테크에 더 쉽게 다가간 측면도 있다. 전자화폐를 사용하면서 더 편리해지고, 편리한 대신에 보안성은 더 철저해지는 진화과정 중에 있는 거 같아 흥미롭다. 기사를 보니 A페이를 해외에서 쓸 수 있다고 하더라. 해외 스케줄이 생기면 꼭 한번 써보고 싶다.
-처음 접했던 핀테크와 연재를 마친 뒤 핀테크에 대한 생각이 많이 달라진 듯 보인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주변에 많이 알려주면 좋겠다”며 아들 대하듯 편안하게 말했다. 예전에 봤던 뉴스가 생각난다. 카메라와 MP3, 심지어 빔 프로젝터까지 달린 휴대폰의 다음 발전방향에 대한 내용이었다. 뉴스는 다음 발전 방향으로 핀테크를 얘기했다. 굉장히 흥미롭게 봤던 기억이 있다. 이제 그게 실현되는 세상, 금융개혁 중 핵심과제인 핀테크 활성화에 내가 도움이 되고 있다고 생각하니 뿌듯하면서도 더 큰 책임감이 생겼다.
금융 홍보에 이어 금융을 다룬 영화까지 찍게 되면서 공부를 안 할 수가 없었다.(임시완은 연재하는 동안 금융 관련 영화 ‘원라인’ 주인공으로 발탁돼 크랭크인을 앞두고 있다. ‘원라인’은 대규모 보험사기를 그린 작품이다. 전쟁터 한복판에서 총 대신 지휘봉을 든 군인 한상렬로 분한 영화 ‘오빠생각’도 1월 개봉한다.)
-(임시완은 한국 핀테크가 중국 등 해외에 비해 뒤처지지 않았다고 자신했다. 얼마 전 출시된 ‘보험다모아’, 올해 출범을 앞둔 인터넷전문은행 등으로 핀테크 시장이 한층 발전할 것이라 예측했다.) 한국 핀테크 발전을 위해 더 필요하다고 느낀 점도 있을 것 같다.
▲아침에 눈 뜨면 제일 먼저 내 이름을 검색하고 핀테크를 검색하는 버릇이 생겼다. 일부 기사에서 보면 중국보다 뒤처진 예를 들거나, 해외사례를 비춰서 한국 핀테크를 늦은 걸음마라고 표현하는데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나라마다 처한 상황이 있고 정부 역할이 있듯이 여러 여건을 따져보지 않고 현상만으로 판단하는 것은 아직 이르다. 더 큰 핀테크 발전을 위해 정부와 기업이 한마음으로 핀테크 활성화에 힘쓰고, 국민들의 핀테크 체험이 늘어나 신뢰가 쌓여갈 때 한국 핀테크가 발전하지 않을까 싶다. 최근 보험을 한 눈에 쉽게 비교할 수 있는 보험 다모아와 주거래 은행을 쉽게 바꿀 수 있는 계좌이동서비스, 인터넷전문은행 등과 같은 편리하고 경제적인 핀테크 서비스가 등장하고 있다. 앞으로 더 많은 분들이 핀테크를 쉽게 접할 것이라 기대한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핀테크 홍보대사를 맡고 있는 동안 한국 핀테크 활성화에 도움이 되는 임시완이고 싶다. 나름대로 최선을 다한 4개월이었는데 아직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핀테크 혁신으로, 금융 개혁이 더 멋진 성과가 만들어지기를 저 임시완도 응원한다. 전자신문 독자도 새해 가정에 행복하고 좋은 일들만 가득하시길 바란다. 2016년에도 더 열심히 뛰고 노력하는 금융개혁 핀테크 홍보대사 임시완이 되겠다.
김지혜기자 jihy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