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인터넷(IoT) 산업 육성을 종합 지원하는 ‘사물인터넷 특별법’이 발의를 앞두고 있다. 모든 사물을 네트워크와 연결해 데이터를 활용하는 IoT는 5세대(5G) 이동통신과 함께 초연결 사회 기반 기술이다. 산업계와 정부뿐만 아니라 국회 차원에서도 산업 육성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면서 시장 확산에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IoT는 단순한 신호 확인이 아닌 사물 간 데이터 송·수신으로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정부가 강조하는 ‘ICBM’도 IoT로 생성한 데이터를 클라우드에 저장하고 빅데이터 분석해 서비스로 연결하는 게 핵심이다.
IoT가 시작이다. 시스코는 2020년 500억개 사물이 IoT로 연결될 것으로 전망했다. 자동차 2억5000만대가 인터넷과 연결될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성장 가능성이 무한한 시장을 겨냥한 글로벌 기업 간 주도권 전쟁이 시작됐다.
◇국제 협력·표준화 활발
글로벌 통신사업자, 장비 제조사, 칩세트 개발사, 솔루션 업체, 인터넷·유통 기업이 IoT를 차세대 먹거리로 삼고 있다. 성장 한계에 직면한 통신 시장에서 IoT는 선택이 아닌 필수 사업 영역으로 자리 잡았다. 여러 기업이 협력해 IoT를 공동 개발하고 표준화하고 있다.
국내 이동통신 3사와 NTT도코모, KDDI, 버라이즌, 오렌지, 텔레포니카 등 글로벌 이통사, 삼성전자, LG전자, 퀄컴 등 장비·칩 제조사는 ‘원M2M’을 결성해 IoT 표준화를 추진하고 있다.
LG전자와 마이크로소프트, 소니, GE 등은 스마트홈 관련 IoT 컨소시엄 ‘올씬얼라이언스’에서 협력한다. 삼성전자와 인텔이 주도하는 오픈 인터커넥트 컨소시엄(OIC), 국제전기통신연합(ITU), 국제전기전자기술자협회(IEEE)에서도 IoT 표준화를 진행 중이다.
이들은 국제 표준화와 기술개발에 공조하지만 궁극적인 목적은 IoT 시장 주도권 확보다. 업계는 내후년 시장 생태계가 확립되고 선점 경쟁이 시작될 것으로 내다봤다.
◇독자 플랫폼 속속 개발
글로벌 기업은 이미 독자적인 IoT 플랫폼을 선보였다. 구글은 지난 5월 구글 개발자회의 ‘구글 I/O’에서 IoT 운용체계(OS) 플랫폼 ‘브릴로(Brillo)’를 선보였다. 안드로이드가 스마트폰 OS를 장악한 것처럼 브릴로로 IoT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포석이다.
브릴로는 스마트홈을 겨냥한 가벼운 OS다. 애플이 개발한 ‘홈킷’과 경쟁구도가 예상된다. 홈킷은 다양한 가전 기기, 애플 모바일 기기와 연동해 사용된다. 홈 서비스용 앱 형태로 제공될 전망이다.
하드웨어 플랫폼으로는 삼성전자 ‘아틱’이 있다. 아틱은 소형 모듈에 중앙처리장치(CPU)와 메모리, 통신칩, 센서, 보안칩 등을 탑재했다. 무선통신으로 가전기기나 드론을 비롯해 다양한 분야에 활용할 수 있다. 이 외에 SK텔레콤은 지난 10월 누구나 쉽게 IoT 서비스를 개발하고 실생활에 적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통합형 IoT 플랫폼 ‘씽플러그(ThingPlug)’를 출시했다. LG유플러스는 IoT@홈 플랫폼 출시 4개월 만에 6만여 가입자를 확보하며 저변을 넓히고 있다.
◇IoT 전용 기술 개발 잇따라
IoT 기술도 발전하고 있다. 국제 표준화단체 3GPP는 롱텀에벌루션(LTE)을 IoT에 사용하기 위해 표준화를 추진 중이다. 고속 통신망이 아닌 저속·저전력으로 배터리 수명을 수년으로 늘리고 칩·단말 가격을 낮추는 소물인터넷(IoST)이 곧 상용화된다.
소물인터넷은 10Mbps 미만 속도로 전력 사용을 최소화하면서 전파 도달거리를 늘리는 게 핵심이다. 스마트홈 뿐만 아니라 스마트 미터링, 대규모 공장 지대 등 폭넓은 분야에서 활용이 예상된다.
협대역(NB) LTE 기반 NB-IoT 연구도 활발하다. 10㎒나 20㎒가 아닌 0.2㎒ 좁은 대역을 이용해 소물인터넷 확산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주파수 활용성이 높은 것이 강점이다. 로라, 시그폭스 같은 저전력 장거리 통신(LPWA) 기술도 개발이 한창이다. LTE나 와이파이, 3G가 아닌 비면허대역을 쓰는 통신 기술이다. 로라는 소물인터넷 통신기술 연합체이기도 하다. SK텔레콤이 가입해 있다. 프랑스 업체인 시그폭스는 삼성전자를 비롯한 다양한 기업과 협력하고 있다.
◇확산 관건은 킬러 서비스
시스코는 앞으로 10년간 IoT가 19조달러라는 천문학적 경제 가치를 창출할 것으로 내다봤다. 웨어러블기기부터 제조, 의료, 식음료까지 적용 분야는 무한하다.
IoT 확산 최대 관건은 킬러 서비스다. 많은 사용자가 아직 IoT는 먼 훗날의 이야기로 생각하고 있다. 지난해 애퀴티 그룹 조사에 따르면 인터넷 사용자 80% 이상이 IoT라는 단어를 들어본 적 없다고 답할 만큼 저변 확대를 위해 아직 갈 길이 멀다.
초기 시장인 만큼 IoT 서비스로 큰 수익을 내는 기업도 없다. 성장 가능성은 누구나 높게 보지만 확산 시점을 두고는 의견이 엇갈린다. 실생활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서비스가 등장해야만 시장 성장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김용진 모다정보통신 부사장은 “LG유플러스가 불과 몇 달 만에 홈IoT 6만 가입자를 모은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며 “1~2년 사이에 다양한 IoT 서비스가 등장하며 본격적인 변화가 시작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인터넷 연결 장비 증가 추세(자료:IHS 테크놀로지)>
< 센서 단가 하락 추이(자료:비즈니스 인텔리전스)>
안호천기자 hc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