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온·오프라인 유통업계가 ‘데이터’ 확보전에 돌입했다. 온라인 커머스가 활성화하면서 다양한 데이터베이스(DB)가 핵심 마케팅 전략을 수립하기 위한 중요 수단으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과거 오프라인 매장을 중심으로 펼쳐진 유통가 판촉 경쟁이 온라인 데이터 확보 전쟁으로 확전됐다.
데이터는 유통업계 사업 범위를 해외로 확대하고 있다. 빅데이터 분석 솔루션으로 해외 시장 데이터를 손쉽게 수집·분석하는 시대가 열리면서 온라인 유통업계가 속속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을 중심으로 급성장하고 있는 역직구 서비스가 대표적 사례다. 현지에서 수집한 데이터가 사업 성패를 가늠할 수 있는 척도로 자리 잡았다.
카페24는 자체 기술로 개발한 실시간 접속통계·상품 빅데이터 수집 시스템 ‘세라(SERA)’와 광고·마케팅 전략 솔루션 ‘탐스(TAMS)’를 역직구 시장에 적용했다. 탐스는 세라가 수집한 DB를 기반으로 최다 256개 광고·마케팅 전략 시나리오를 도출한다. 실제로 여성의류 전문 쇼핑몰 ‘믹스엑스믹스’는 해당 솔루션을 도입해 일본 시장에서 월 매출 1억원을 돌파하는 대박을 터뜨렸다.
메이크샵은 빅데이터 분석 기술로 중국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웨이보’를 공략하고 있다. 현지 팔로어가 남기는 댓글 등을 수집해 분석한 중국 고객 성향을 마케팅 전략에 반영한다. 메이크샵은 현재 현지 팔로어 140만명을 확보했다. 매주 3000~4000명씩 팔로워 수를 늘리며 데이터 수집 기반을 확대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역직구 시장 규모는 7885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보다 78.3% 늘었다. 한류 콘텐츠가 동영상 공유 사이트로 확산되면서 아시아를 시작으로 유럽, 북미까지 역직구 소비자가 확대되는 추세다. 신세계, 롯데 등 대기업과 주요 오픈마켓도 온라인 플랫폼으로 역직구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데이터가 국내 쇼핑몰 매출과 함께 한국 수출 규모를 확대하며 유통 국경을 허물고 있다”며 “빅데이터 솔루션으로 맞춤형 마케팅 전략을 수립하는 역직구 사업자가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온라인·모바일 쇼핑 활성화에 따라 ‘쇼핑 데이터’ 자체를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삼는 사업자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네이버, 다나와, 에누리닷컴 등이 운영하는 가격비교 서비스가 대표적 사례다.
별도 쇼호스트 없이 상품 관련 정보만 영상으로 전달하는 T커머스도 신규 유통 채널로 각광받고 있다. T커머스는 양방향 방송 서비스가 확산되면서 매년 매출을 늘리고 있다. 지난해 T커머스 채널 K쇼핑을 선보인 KTH는 고객 커버리지를 지난해 1800만가구에서 올해 2000만가구로 확대할 계획이다.
오세영 KTH 대표는 “T커머스는 고객이 필요한 상품을 능동적으로 찾으며 쇼핑할 수 있는 양방향 커머스”라며 “TV쇼핑 패러다임을 바꿔 새로운 시장을 창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에는 여러 쇼핑 플랫폼에 분산된 상품 데이터를 한 곳에 모아 제공하는 신규 사업도 나타났다. 홈쇼핑모아와 쿠차는 홈쇼핑, 소셜커머스 등 다양한 사업자 상품 데이터를 기반으로 브랜드 인지도를 확대하고 있다.
홈쇼핑모아는 스트리밍 방식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으로 국내 주요 8개 홈쇼핑 방송을 시청할 수 있는 서비스다. 현재 방송 상품, 향후 방영 예정 상품, 홈쇼핑 인터넷 상품을 모두 검색할 수 있다. 사용자가 앱에서 상품을 구매하면 해당 홈쇼핑 업체가 일정 수수료를 홈쇼핑모아에 지급한다. 홈쇼핑 상품 데이터로 수익을 내는 셈이다. 홈쇼핑모아 앱은 지난해 내려받기 200만건을 돌파했다. 오픈마켓, 소셜커머스. 홈쇼핑, 종합몰, 해외몰 등 온라인 쇼핑 채널이 급증하고 있어 상품 데이터 기반 사업자는 지속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온라인 쇼핑업계는 모바일 플랫폼에서 치열한 데이터 경쟁을 벌이고 있다. 스마트폰 대중화에 따라 온라인 쇼핑이 PC 웹에서 모바일 앱으로 무게를 옮기고 있기 때문이다. 데이터 기반 서비스를 속속 선보이며 ‘엄지족’을 끌어들이기 위한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소셜커머스 티몬은 지난해 고객 맞춤형 앱 푸시 서비스를 도입했다. 구매 이력, 딜 클릭 이력, 장바구니 내역 등 기초 데이터를 분석해 구매 가능성이 높은 상품을 추천하는 형태다. 앱 푸시 메시지 오픈율은 지속 상승하고 있다. 오픈율이 10%를 밑도는 이메일 마케팅과 대조된다. 티몬은 고객이 불편함을 느끼지 않을 수준으로 앱 푸시 발송 횟수를 제한해 앱 삭제 가능성도 낮췄다.
위메프는 연내 개인화한 앱 푸시 서비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알림 주기와 개인 성향을 기반으로 앱 푸시 스트레스를 줄이고 상품 구매를 극대화하는 것이 핵심 목표다.
오픈마켓 옥션이 기록한 지난해 하반기 앱 푸시 오픈율은 상반기 대비 11.6%P 상승했다. G마켓도 같은 기간 앱 푸시 상품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갑절 이상 증가했다. 앱 푸시 전용 특가 상품, 날씨·시즌에 따른 이슈 상품, 페이백 등이 고객 유입을 유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11번가는 ‘고객 맞춤가’로 승부수를 던졌다. 모바일 앱을 실행하면 고객이 보유한 쿠폰, 포인트, 마일리지를 자동으로 계산해 실제 구매 예상 가격을 표시하는 서비스다.
한재영 티몬 최고전략책임자(CSO)는 “모바일 쇼핑 사업자는 영업, 마케팅, 개발 등 모든 의사 결정을 고객 행동 데이터를 기반으로 진행한고 있다”며 “올해 모바일 커머스 데이터 경영이 한층 강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해외 직구시장 규모 전망(단위 백만달러)(자료:현대경제연구원)>
<해외 직접구매 물품 통관 현황(단위 천건 천달러)(자료:관세청)>
윤희석기자 pione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