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은 제조업 혁신 인프라다. 생산성 향상과 인건비 절감 효과가 크다. 특히 우리나라는 로봇을 활용한 인건비 절감 가능성이 세계 최고 수준인 것으로 조사됐다.
로봇은 전통 기계장치에 데이터와 소프트웨어(SW) 등 ‘지능’을 입힌 도구다. 스스로 상황을 인지·판단하고 주어진 작업을 수행하는 능력이 핵심이다. 제조 로봇에서는 핵심 부품 저가·국산화를 통한 경쟁력 확보가 과제로 떠올랐다.
수술과 국민안전 등 전문 서비스 영역에서도 로봇 활용이 늘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도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연구개발(R&D)을 지원한다. 제조 로봇 분야에서는 수요 기업과 정책 공조로 현장 적용을 염두에 둔 R&D 사업이 추진된다.
◇로봇 발 혁신의 위력
우리나라는 지난 2009년 지능형 로봇 기본계획을 수립하며 지능형 로봇을 ‘외부 환경을 인식(Perception)하고, 스스로 판단(Cognition)하여 자율적으로 동작(Mobility&Manupulation)하는 기계’로 정의했다. 인지, 판단, 동작이 3대 핵심 기술이다. 위험한 작업은 물론이고 고정밀·고난도 작업도 대체할 수 있다.
산업과 서비스 다방면에서 성공사례가 나오고 있다. 덴마크 유니버설로봇(UR)의 지능형 협업 로봇은 산업 판도를 바꿨다는 평가다. 폭스바겐은 경량 협업로봇 ‘UR5’를 독일 잘츠기터 공장에 투입했다. 잘츠기터 공장은 매일 370여 종 이상 엔진을 7000개씩 찍어내는 세계 최대 엔진 공장이다.
UR 로봇 경쟁력은 안전과 협업 능력, 저렴한 가격이다. 기존 산업용 로봇에 비해 작고 가벼워 안전펜스 없이도 작업자 한 라인에 투입할 수 있다. 50여개 국가에 공급된 UR 로봇 80%가 안전펜스 없이 운영된다. SI 비용을 제외한 공장도 가격은 제품 별로 2000만~3300만원이다. 기존 산업용 로봇보다 훨씬 저렴해 중소기업도 부담 없이 도입할 수 있다.
UR는 협업로봇 성공으로 2014년 매출 3600만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전년 대비 70% 늘어난 액수다. 2017년까지 매년 두 배 성장해 1억5000만달러 매출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UR 사례는 산업용 제조 로봇 시장이 가진 잠재력을 보여준다.
◇한국도 UR 모델 만든다
우리나라도 국책과제로 저가형 정밀 제조 로봇 개발에 나섰다. 무엇보다 거대 수요기업 삼성전자와 협업으로 정책 실효성을 높였다. 산업통상자원부가 3년간 167억5000만원을 투입해 소형·정밀 제조 공정에 활용 가능한 로봇 핵심부품과 시스템 저가·국산화를 지원한다. 잠재 수요기업인 삼성전자가 로봇 사양과 상용화 방향을 제시한다.
이번 과제가 성공하면 로봇이 활용되는 산업 영역이 크게 넓어질 전망이다. 그만큼 전체 산업 생산성도 향상될 수 있다. 삼성전자가 로봇 사양을 제시하는 것은 스마트폰과 가전제품 등 소형·정밀 제조 공정 투입을 염두에 둔 것이다. 그 동안 산업용 로봇은 자동차, 디스플레이 같은 ‘중후장대’ 산업에 주로 투입됐다.
휴대폰이나 가전 등 정밀 조립 공정은 수작업에 의존했다. 정교하고 복잡한 작업을 수행해야 하지만 기술과 가격 측면에서 이를 충족할 로봇이 없었기 때문이다. 감속기, 모터, 제어기, 엔코더 등 핵심부품을 저가화하는 것이 이번 과제 목표다. 해외 유사 로봇보다 가격을 30% 이상 낮출 것으로 기대된다. 2014년 기준 수입 의존율이 39%에 이르는 로봇 부품 국산화 효과도 있다.
민·관이 저가 로봇 개발에 의욕적인 것은 그만큼 생산성 향상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보스턴컨설팅그룹은 전체 제조 공정에서 로봇 활용 비중이 현재 10%대에서 2025년 25%로 상승한다고 전망했다. 로봇 도입으로 세계적으로 10~30% 생산성이 향상되고 평균 인건비는 16% 절감된다. 우리나라는 인건비 절감 효과가 세계 최고 수준인 33%에 이를 것으로 예상됐다.
◇국민 안전·건강도 로봇이 지킨다
서비스 로봇 분야에서 새해 주목할 프로젝트는 ‘국민 안전 로봇’ 프로젝트다. 6년간 710억원이 투입되는 대규모 R&D다. 대형 화재나 원자력발전소 사고 등 사람이 접근하기 힘든 재난 현장에 투입할 로봇 부품과 시스템을 개발하고 실증단지까지 구축한다.
지난해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하고 국회 예산 심의까지 마쳤다. 산업부 산하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은 중앙소방학교, 국립재난안전연구원 등 수요·관계 기관과 세부 기획에 착수했다. 새해 국비 예산은 43억원이 배정됐다.
재난현장 정찰 로봇, 장갑 유·무인 방재 로봇, 다중 로봇 운용 시스템을 개발한다. 농연 환경 극복형 센서 모듈, 인명 탐지 센서, 확장형 네트워크 운영 모듈 등 핵심 부품도 국산 기술로 개발한다. 개발 결과물은 경북 포항시에 구축되는 실증단지에서 성능을 검증한다.
박현섭 산기평 로봇 PD는 “국민 안전 로봇은 개발과 활용 모두 전례가 없었던 분야인 만큼 수요 기관과 기업 의견을 면밀히 청취해 세부 기획안을 마련 중”이라며 “상반기 중에는 세부 기획안과 기술요구 사항을 마련해 과제를 공고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부가가치가 높은 수술용 로봇도 일부 과제가 성능 검증에 들어간다. ‘이비인후과·신경외과 수술용 최소침습 다자유도 수술 로봇 시스템 개발’ 과제가 1분기 중 식약처 기술 평가를 받는다. 좁고 굴곡진 수술 영역에 활용할 수 있는 로봇 개발 과제다. 절개 및 침습을 최소화해 회복 시간을 단축시킨다.
수술 로봇은 대표적인 고부가 로봇으로 꼽힌다. 미국 인튜이티브서지컬(IS) ‘다빈치 로봇’은 복강경 수술 로봇 대명사로 자리 잡았다. ‘다빈치 수술’이라는 말이 의료계에 통용될 정도다. 침습 부위를 최소화하는 것은 물론이고 정밀 수술이 가능해 환자 선호가 높다. 대당 30억~40억원 고가지만 세계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했다.
송준영기자 songj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