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미 금리 인상…신흥국 모니터링 강화 필요

Photo Image

미국이 9년 6개월만에 금리를 올렸다. 미국 경기가 금리 인상을 받아들인 만큼 양호한 성장세를 유지했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1년여를 끌어온 금리인상 이벤트가 종료됐지만 이를 끝으로 보는 시각은 적다. 미국 연방준비이사회(Fed)가 내년도 금리인상을 추가로 예고한 데다 금리인상 이후 세계 경제 판도 변화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관심은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에 쏠린다.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 신흥국에 투자됐던 자금이 선진국으로 되돌아갈 것이란 우려감 때문이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신흥국은 투자자금이 대규모로 빠져 나가면서 위기를 겪었다.

2009년 이후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 저금리와 양적완화로 돈이 풀리면서 이전 시기보다 더 많은 자본이 유입됐다. 2009년부터 2014년까지 6년간 신흥국으로 유입된 해외 대출 자금은 3조5000억달러 규모다. 2008년 글로벌 금유위기 이전보다 2배가량 많다. 자본유출 우려가 클 수밖에 없다. 최근 유가 하락으로 우크라이나, 베네수엘라, 브라질, 러시아 등 자원 수출국 경제가 나빠진 가운데 금리 인상 자본유출 가속화와 통화가치 하락이 우려된다. 이럴 경우 수출 중심 국내 경제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KOTRA 관계자는 “미국 금리인상으로 신흥국 자본이탈이 가속화되면 금융시장 불안으로 환율이 급등하면서 신흥국 수입수요가 크게 위축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통화가치 하락으로 구매자 수입비용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이미 신흥국에서는 환율급등으로 주문을 취소, 연기하거나 가격인하를 요구하는 구매자가 늘고 일부는 수출 대금을 받지 못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특히 신흥국 중 브라질, 러시아, 콜롬비아, 남아공 등 원자재 수출 비중이 높은 국가 수출은 더 큰 타격을 받을 전망이다. 금리인상으로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면 대부분 달러로 거래되는 국제 원자재 가격이 추가 하락하면서, 이들 국가 통화가치 하락과 경기부진이 더욱 심화된다. 최근 흐름도 좋지 않다. 유가 하락으로 올해 1~10월 동안 대브라질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35.4% 감소했다. 러시아(-56.0%), 콜롬비아(-27.1%), 남아공(-15.0%) 수출도 부진하다.

우리 경제에는 미국 금리 인상이 당장 자본 유출에 따른 타격을 주지는 않을 전망이다.

지난달 이후 전개된 외국인 자금유출도 월간 주식 매도규모가 1조~2조원으로 과거 10년간 외국인이 매도한 월 평균 매도액 2조5000억원에는 못 미친다.

이창선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원은 “우리나라도 글로벌 위기 당시 빠져나갔던 외국인 자금이 미국의 저금리 기간 동안에 대거 유입됐지만 위기 이전 유입 규모 1873억달러 대비 적다”며 “글로벌 위기 이전과 달리 대출 형태 외국인 자금 유입이 계속 줄어 자금 유출로 인한 경제 위기 가능성은 극히 낮다”고 진단했다. 외환유동성 부족 사태가 빚어진 것을 경험한 이후 단기차입금 도입 규제와 감독이 강화된 결과다.

세계 경제 큰 축이자 우리나라 교역의 30%가 넘는 중국 경제 역시 관심 대상이다.

중국은 3조4000억달러에 달하는 막대한 외환을 보유하고 있고 금융시장 개방도도 낮아 미국 금리인상 직접 영향은 크지 않다. 하지만 미국 금리인상에 대응해 기존 달러화에 연동했던 환율관리 방식을 13개국 통화로 구성된 ‘통화 바스켓’에 연동하겠다는 뜻을 내비치는 등 위안화 평가절하에 나서고 있어 우리 제품 가격 경쟁력이 악화될 우려가 있다.

장수영 KOTRA 통상전략팀장은 “미국 금리인상 여파로 우리 수출은 신흥국을 중심으로 일정부분 타격이 불가피하고 글로벌 시장에서도 일본, 유럽, 중국산 제품과 가격경쟁이 격화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그는 “단기적으로 인도, 베트남, 멕시코 등 금리인상 영향이 적은 기회시장을 공략하고 중장기적으로 기술력, 브랜드 이미지 등 제품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고 밝혔다.

향후 우리나라가 언제 금리 인상에 동참할지도 관심사다. 금리를 올리면 경제성장률이 둔화할 수밖에 없어 정부가 목표로 하는 성장률을 달성하려면 재정 확대가 불가피하다. 전문가들은 이럴 경우 가계부채와 한계기업 문제가 악화되고, 부동산시장도 경색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경민기자 kmlee@etnews.com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