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예비후보등록이 시작되면서 새해 4·13 20대 국회의원 총선 레이스가 시작됐다. 하지만 이날까지도 여야는 선거구 획정안에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룰 없는 총선’이 펼쳐진 것에 대해 책임 떠넘기기에 열중했다. 17일만 더 지나면 현행 선거구와 예비후보가 모두 법적으로 무효가 되는 초유의 사태가 빚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형국이다. 사상 유례없는 혼돈의 총선 레이스가 될 전망이다.
15일 여야는 본회의를 열어 선거구 획정안을 처리하거나 정개특위 활동 연장안을 통과시킬 계획이었으나 끝내 협상안을 도출하지 못했다.
선거구가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총선에 출마할 지역구 예비후보자 등록이 시작되면서 첫날부터 지역에선 혼란이 일었다. 선거구 통폐합 또는 분구 대상 지역구에 출마를 원하는 정치 신인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자신의 정확한 선거구도 알지 못한 채 출사표를 던지면서 당장 선거 운동을 어디서 해야할지 조차 가늠하지 못할 지경이었다. 오는 31일까지 선거구 획정이 완료되지 않으면 후보 자격도 박탈돼 선거운동을 할 수 없는 초유의 사태를 맞게 된다.
예비후보자 제도는 정치 신인에게 공식 선거운동기간 전 제한된 범위 내에서 선거운동을 할 수 있게 보장해주는 제도다. 15일 시작돼 내년 3월 23일까지 등록할 수 있다.
하지만 이번 사태는 어느 정도 예상된 시나리오다. 여야는 지역구 의석을 7석 늘리고 비례대표 의석을 7석 줄이는 원칙에는 합의했다. 하지만 전제조건인 ‘비례성 보완’ 방안을 놓고는 첨예하게 맞섰다. 새누리당은 정개특위가 해산하면 선거 소관 상임위인 안전행정위원회를 중심으로 선거구 획정 논의를 단독으로라도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정의화 국회 의장은 선거구 획정안이 연말까지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는 사태를 막고자 선거법 본회의 직권상정 카드를 꺼내들었다. 정 의장은 이날 국회에서 선거를 치르기 위한 특단의 조치로 본회의에 직권상정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며 “(직권상정) 안 하면 선거가 안 될 수 있다”며 “법적으로 입법 비상사태라고 인정할 수 있는 시점, 즉 연말이 심사기일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방안에 대해 새정치민주연합은 반발했다. 이종걸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는 “선거구 획정을 여아 간 합의로 결정하는 건 오랜 불문율이자 의회주의 전통”이라며 정의화 의장의 대응은 전혀 조화롭지 못한 태도라며 비판했다.
청와대는 이날 선거법을 직권상정 하기에 앞서 경제활성화법안과 테러방지법 등을 먼저 직권상정하거나 선거법과 동시에 처리해야 한다고 정 의장에게 촉구했다.
현기환 청와대 정무수석은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정 의장을 20분간 면담했다고 전제한 뒤 “선거법이나 테러방지법, 경제활성화법, 노동개혁법안도 직권상정 하기에는 똑같이 미비한데 선거법만 직권상정을 한다는 것은 국회의원 밥그릇에만 관심이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민생 법안 처리를 외면하고 선거법만 처리한다는 것은 정부 입장에서 납득하기 어렵다는 말을 전했다”고 덧붙였다.
청와대가 공개적으로 정 의장에 입장을 표명한 것은 이례적이다. 여기에는 박근혜 대통령의 민생 법안 처리에 대한 절박한 인식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