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전 일본 출장길이었다. 평소 꼭 들러보고 싶었던 테슬라자동차 전시장을 찾았다. 운전석에 앉아 각종 장치를 조작해봤고 운이 좋아 시승 기회도 가질 수 있었다. 운전대 옆에는 여러 개의 조작 버튼 대신 17인치 대형 터치 화면이 설치돼 있었고 화면 양쪽에 보일락 말락 하는 조그만 버튼 두 개만 있었다. 말 그대로 운전자 화면 터치만으로도 공조장치 제어, 선루프 개폐, 교통정보 확인, 음악재생, 일정 확인 등이 가능했다. 물론 음성이나 화면에 글씨를 써서 원하는 동작을 입력할 수도 있었다. 간단하면서도 매우 쉬웠다.
테슬라가 운영하는 클라우드를 이용해 운전자는 언제든지 서비스 센터 도움을 받을 수 있고 웹으로 전 세계 음악을 즐길 수 있었다. 시승할 때 순간 가속도가 얼마나 큰지 스포츠카를 탄 느낌이었고 한 번 충전으로 470㎞를 갈 수 있다고 안내자가 자랑했다. 언론에도 이미 소개된 바 있지만 테슬라 모델S는 자동 조종 소프트웨어(SW)를 내려 받으면 운전대를 돌리지 않고 방향 지시등을 켜서 주행 중 차로를 바꿀 수 있고 평행 주차도 자동으로 된다고 한다. 자동차가 외부 세계와 연결돼 누릴 수 있는 가치가 대단히 큼을 몸소 느낄 수 있었고 운전자 안전성과 편의성에서 자동차가 어디까지 발전할 수 있을지 궁금했다.
테슬라 시승 일주일 후 중국에서 또 다른 현장을 봤다. 중국 로컬 자동차 상위 업체와 협의가 있어서 중국 자사 법인을 방문했다. 그리 넓지 않은 회의실에 자동차 회사와 2·3차 협력사 연구개발을 포함한 고위임원과 실무자가 간편한 복장으로 회의에 참석했다. 여러 개 화면을 띄워 놓고 매우 분주하게 논의했다. 주로 자동차와 외부 연결에 관한 것이었다. 키워드로 보면 애플 카플레이, 바이두 카라이프, 와이파이, 웹, 블루투스, 제품 출시, 고객 지원 등이었다. 자동차 메이커와 협력회사가 한자리에서 직위에 구애받지 않고 열띤 토론을 하고 구내식당에서 점심을 간단히 때우면서 시간을 아끼고 비행시간에 맞춰 하나둘 떠나는 모습을 보며 그들의 유연성과 개방성이 부러웠다. 세계에서 가장 큰 자동차 소비 시장을 가진 중국이 기술적으로도 나날이 도약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카인포테인먼트 관련 소비자 욕구에 적극 대응하고 있음을 현장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이른바 ‘커넥티드카’ 시대가 눈앞으로 다가오면서 커넥티드카의 주요 세 영역인 ‘카인포테인먼트시스템’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 ‘자율주행’에서 공통적으로 필요한 기술 영역도 점점 넓어지고 있다. 이는 내비게이션, 오디오, 비디오, 전화, 메시지 등 정보와 엔터테인먼트 기능을 제공하고 사각지대 감시, 긴급제동, 충돌경고, 졸음 경보 등으로 편리하고 안전한 운행을 도와준다. 운전자와 자동차 사이 정확하고 쉬운 소통에 필요한 음성인식, 화면 터치, 제스처 인식, 주행 환경을 인지하는 센서, 도로 교통상태를 감안해 길을 안내하는 빅데이터 및 정밀 지도기술 등 정보통신기술(ICT) 집합체가 바로 커넥티드카다. SW는 이들 기술을 관통하는 핵심이며 중요성을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자동차가 외부 통신망을 활용한 직접연결 또는 스마트폰 간접 연결 등 방법이 다양해지면서 보안 문제가 핵심 이슈로 떠오른다.
최근 카인포테인먼트 기능과 첨단보조기능을 열망하는 운전자가 늘어나는 추세다. 2015년 자동차 생산 5개국 소비자 4500명을 대상으로 한 매킨지 설문 조사에 따르면 구매하려는 자동차가 편리하고 안전한지가 자동차 구매 핵심 판단 기준으로 급부상했다. 원하는 카인포테인먼트 기능과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이 있을 때 자동차 브랜드를 바꿀 의향이 있다는 소비자가 절반을 넘었다. 그런 경향이 특히 강한 나라가 중국과 한국이다. 최첨단 ICT가 자동차에 모이고, 커넥티드카는 전통 자동차메이커와 ICT기업 각축장이 되고 있다.
향후 5년 ICT를 활용한 자동차 산업 변화는 과거 100년 변화보다 클 것으로 예견된다. 독일, 미국, 일본 자동차 기업 발전은 물론이고 중국 자동차 기업 혁신성과 원가 경쟁력이 가히 위협적이다. 최근 중국 최대 인터넷 검색 기업 바이두도 구글처럼 자율주행 자동차를 개발해 시내 도로 30㎞를 주행하는 데 성공했다. 이미 전장 부품이 자동차 원가 비중 40%에 이르고 시장은 340조원 규모다. LG전자에 이어 삼성전자도 카인포테인먼트를 포함한 자동차 전장 사업에 본격적으로 참여한다고 발표했다. 우리나라 반도체, 디스플레이, 배터리, 스마트폰 기술과 함께 커넥티드카 분야에서도 글로벌 최고 경쟁력을 확보한 자동차 산업의 또 다른 도약을 기대해 본다.
박계현 대성엘텍 COO/사장 ghpark@dselte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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