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칼럼]게임규제 개선, 창조경제 성공의 열쇠

문화체육관광부가 11월 16일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시행령의 일부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정부는 지난 2년간 사행성을 조장한다는 이유로 웹보드게임에서 상대방을 선택하지 못하게 하는 내용의 규제를 시행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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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모임>서울대 법대 교수.

입법예고안은 월 결제한도를 일부 상향했다. 1회 이용한도, 1일 손실한도, 상대방 선택금지 등 핵심적인 규제는 그대로 유지했다. 마치 카드 사용은 못하게 묶어 놓고, 한도만 높여 놓은 신용카드를 내어 준 느낌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작년 말 발표한 ‘창조적 게임강국 실현을 위한 게임산업진흥 중장기계획’에서 게임을 창조경제 핵심 콘텐츠 산업으로 육성할 것을 표명했다.

그러나 입법예고안에서 나타난 정부의 게임을 향한 시각은 거의 변하지 않은 듯 보인다. 게임을 여전히 진흥보다는 규제 대상으로 인식하는 느낌이다.

1990년대 국내 만화산업은 지금 게임 산업과 유사한 점이 있다. 성인만화 부정적 측면이 강조되면서 만화산업 규제가 심했다.

이후 성인만화뿐만 아니라 국내 만화산업 전체가 성장 동력을 잃었다. 일본 만화가 국내 시장을 점령했다.

1996년 정부는 뒤늦게 만화산업을 육성한다는 중장기정책을 추진했다. 장기적 부흥을 이끌기보다 단기적 성과로 멈췄다.

웹보드 게임 규제는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다. 지난 2년간 게임산업 투자와 급격한 고용 위축을 초래한 점을 제외하고 규제를 통한 이용자보호 효과가 명확히 검증된 바 없다.

규제가 다루는 결제한도, 이용한도, 손실한도, 상대방 선택금지 등은 모두 성인 게임 이용에 관한 것이다. 획일적 기준으로 규제할 대상이 아니다. 성인 스스로가 각자 상황에 맞게 결정해야 할 내용이다.

규제가 필요하다면 게임 내용에 대한 규제가 아니라 이용자 선택권을 보장하는 것이어야 한다. 입법예고안은 이 방향으로 수정돼야 할 필요가 있다.

많은 연구 사례에서 밝혀졌다. 규제는 혁신을 유도하기도 한다. 반면에 진보에 걸림돌이 된다. 최근 국내 게임산업 침체와 위기 역시 다르지 않다. 정부 규제가 게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확산시키고 산업을 위축시켰다는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

게임은 국내 문화 콘텐츠 수출액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하지만 한 해 140조원에 이르는 세계 게임 시장에서 점유율은 6.7%에 머물고 있다.

국내 게임 업계 성장을 위해서는 더 많은 혁신이 필요하다. 국내 게임개발자들은 새로운 혁신보다 규제를 충족시키는 데에 더 노력을 기울인다. 안타까운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경이적 성공을 거둔 ‘GTA5’ 성공비결로 이용자에 최고 자유도를 제공하고 사회적 금기(터부)를 소재로 한 것을 꼽는다. 창작에 걸림돌이 되지 않는 환경이 이러한 작품 탄생을 가져왔다.

제조업 위기 속에서 지식기반 경제 중요성은 날로 커진다. 창조적 게임강국이 되기 위해 가장 서둘러야 할 것은 글로벌 기준에 맞지 않는 규제를 개선하는 것이다. 이번 게임법 시행령 개정이 규제 개선 시발점이 되기 바란다.

정상조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게임법과정책학회장) sjjong@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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