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에는 지난 한 해를 돌아보게 된다. 연초 세웠던 신년계획을 꺼내 성과를 점검하면 지키지 못한 계획이 적지 않다. 이런 계획은 지나치게 목표가 높거나 현실성이 없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러면서도 새로운 신년계획은 또다시 야심차게 짠다. 많은 이들이 매년 겪는 일이다.
정부도 연말이면 신년계획을 세운다. 요즘이 그런 시기다. 기획재정부는 내년 ‘경제정책방향’ 수립 막바지 작업에 열을 올리고 있다. 여기에는 정부가 1년 동안 추진할 핵심 경제정책과 달성 목표가 담긴다. 기재부는 이달 말 경제정책방향을 확정·발표할 예정이다.
내년 경제정책 방향은 어느 해보다 중요하다. 우리 경제가 겨우 살아날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경기 침체는 심각한 수준이었다. 가계와 기업 모두 지갑을 닫았고 수출마저 최악이었다. 다행히 최근 소비심리가 개선되며 내수를 중심으로 경기가 살아나는 모양새다. 1년 동안 0%대에 머물렀던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지난달 가까스로 1%대로 올랐다.
경제정책 방향의 최대 지향점은 경기회복 불씨를 살리는 것이다. 정부가 내년도 예산안에 반영했듯 당분간 확장적 재정정책은 불가피하다. 소비 확대를 이어가기 위한 아이디어와 수출 회복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동시에 저성장 국면 지속에 대비한 전략도 마련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현실 인식이다. 의욕이 앞서 무리한 계획, 과도한 목표를 수립해서는 안 된다. 경기회복 불씨를 꺼뜨리면 안 되지만 단기간에 큰 불로 키우려 해서도 안 된다. 빨리 끓는 냄비가 빨리 식는 것과 같은 이치다. 지금은 마른 나뭇가지를 꾸준히 모으고 비가 들이치지 않게 주변을 정리할 때다. 지키지 못 할 정부 신년 계획은 국민 모두를 불행하게 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유선일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