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하이마트, "전자 양판점이야, 휴대폰 매장이야"

휴대폰 자급제 시장이 꿈틀대고 있다. 20% 선택 약정 요금할인이 틈을 열고 대형 유통점이 가세하면서 자급제가 꽃필 조짐이다.

롯데하이마트는 휴대폰 판매를 강화한다고 3일 밝혔다. 하이마트는 올해 초부터 휴대폰 판매 비중을 지속적으로 높여왔다. 시장이 포화상태에 달한 가전기기에 비해 이동통신기기 성장여력이 높다고 판단했다. 모든 제조사 제품을 모든 이동통신사에서 개통할 수 있는 체제를 갖췄다. 매장 내 판매면적도 늘렸다. 대형 매장은 리뉴얼을 단행, 휴대폰 판매코너를 전면 배치했다. 휴대폰 주변기기 보유량도 세 배가량 늘렸다.

지난 7월에는 처음으로 모바일대전 단독행사를 열었다. 반응이 좋아 이달 중순에도 열기로 했다. 하이마트 관계자는 “휴대폰 하면 하이마트가 바로 떠오르도록 만들 것”이라며 “새해에도 휴대폰 판매를 대폭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국 438개 점포를 갖춘 국내 최대 오프라인 가전유통업체 하이마트가 휴대폰 판매에 팔을 걷어붙이면서 자급제 시장이 열릴 것이라는 기대감이 무르익고 있다. 이동통신사 대리점이나 유통점에서 제품을 구입하던 공식이 무너질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이통서비스와 단말기 판매를 분리하는 자급제가 개화할 토대가 마련된 것이다.

자급제 다리를 놓은 것은 20% 요금할인이다. 지난 4월 할인율을 12%에서 20%로 올린 이후 가입자가 급증했다. 1일 현재 383만 명이 가입했다. 연내 400만명 돌파도 가능하다.

20% 요금할인은 단말기와 이통사 지원금을 분리해 둘 사이 연결고리를 약화시켰다. 휴대폰을 이통사 매장에서 살 유인이 줄어드는 것이다. 이 틈을 파고든 게 하이마트다. 하이마트는 올해 초부터 휴대폰 판매를 강화하면서 20% 요금할인 도움을 많이 받았다. 70만원 이상 프리미엄폰 가입자 80%가량이 요금할인을 받을 정도다.

이동통신업계는 자급제 시장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시장참여자 모두에게 이익이 된다는 것이다. 이통업계 관계자는 “제조사는 이통사에 얽매이지 않아 좋고, 이통사도 중소제조사를 키움으로써 대형 제조사에만 의존하지 않아도 된다”며 “소비자 이익까지 커 자급제 시장은 커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과제는 있다. 하이마트 같은 구매력을 가진 유통업체를 늘려야 한다. 그래야 궁극적으로 유통업체가 이통사를 통하지 않고 제조사로부터 직접 제품을 구매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직은 하이마트조차도 대부분의 휴대폰을 이통사를 통해 구매하고 있다. 이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자급제가 가능해진다. 하지만 하이마트 같은 대형 유통업체를 제외하면 제조사로부터 직접 구매할 만한 협상력을 갖기가 쉽지 않다.

업계 관계자는 “대형 유통점이 휴대폰 판매를 늘리더라도 이통사에서 물건을 받아오는 구조라면 이는 과도기적 자급제”라며 “중소 규모 유통업체가 제조사와 협상력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할 때”라고 말했다.


김용주기자 kyj@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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