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판 품질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구술 심리 제도를 활성화하고 심판관 교육을 체계화해 심판 품질을 높이는데 주력하겠습니다.”
신진균 특허심판원장은 국내 몇 안 되는 특허정책 전문가다.
1986년 기술고시(21회) 합격 후 특허청에서 첫 발을 뗀 그는 반평생 넘게 특허만 바라보고 살아왔다. 심사관으로 출발해 심사과장, 특허법원 기술심리관, 심판장, 제2심사국장 등 심사·심판·소송 관련 업무를 두루 거치며 지식재산 정책가로 역량을 쌓아왔다.
신 원장과 특허심판원과의 인연은 더 깊다.
2009년부터 2013년까지 4년 6개월여이라는 짧지 않은 기간 특허심판장을 맡았던 그는 심판원 현안을 누구보다 더 정확하게 꿰뚫고 있다.
지금도 원장실 한 켠에는 특허심판장 시절 직접 작성했던 특허심결문이 빼곡하게 꽂혀 있다. 신 원장은 지금도 틈만 나면 당시 꼼꼼하게 작성했던 심결문을 들여다보곤 한다. 공정하자던 초심을 되새겨보기 위해서다.
지난 8월부터 특허심판원장을 이끌어온 그는 “심판 품질을 높이기 위해 구술심리제도를 활성화해 기술쟁점을 보다 심도있게 파악하고 심판관이 객관적 증거에 기초해 심결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연평균 심판청구건수만 1만 건을 상회하는데 발명자를 비롯한 심판 고객 입장을 헤아려보면 어느 것 하나 중요하지 않은 사건이 없다는 지론에서다.
자신의 풍부한 심판 경험과 노하우도 후배 심판관에게 전수하겠다는 의지다. 심결문 작성 시 간과하기 쉬운 사항을 직접 발굴해 심판관을 대상으로 맞춤형 교육을 실시할 계획이다.
초임 심판관이 심판 업무에 쉽게 적응해 적정 심판 품질을 유지할 수 있도록 심판관 매뉴얼을 발간하는 한편 심판관이 심판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전산 시스템을 고도화하는 등 인프라도 확충한다.
특허심판원은 지난 3월부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른 의약품 허가-특허연계제도가 시행되면서 오리지널 제약사를 상대로 한 국내 제약사의 잇단 의약품 심판 청구에 홍역을 앓고 있다.
3월부터 최근까지 청구건수만 무려 2100여건에 달한다. 이는 지난해 특허심판원 의약품 전문 심판부에 청구된 심판건수(314건)의 7배에 가까운 수치다.
현 심판 인력만으로 처리하기에는 벅찬 물량이다. 하지만, 의약품 심판사건을 제 때 처리하지 못하면 국내 제네릭 의약품의 시장 진입이 늦어지고 보험 약가 인하도 불가능해져 결국 국민 건강 보험 재정 손실이 발생하는 문제를 초래할 수 밖에 없다.
신 원장은 “사안이 급해 지난 3월 의약품 사건에 대한 우선 심판 근거 규정을 마련하고 의약품 전공 심판관 4명을 내부 전환배치한데 이어 최근 행정자치부 등과 협의해 심판관 5명을 증원했다”고 설명했다.
신 원장은 “특허심판원이 권위주의에서 벗어나 심판 고객에게 다가가는 행정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앞장서겠다”며 “심판청구가 많은 당사자, 대리인 등 유저그룹 목소리를 경청하면서 개선 요구사항을 지속 발굴하겠다”고 말했다.
대전=신선미기자 smsh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