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정유업계, 내년 공급 부족 예상…내년 기름값 대폭 오르나

글로벌 오일 메이저들이 내년 휘발유, 경유 등 석유제품 공급 부족을 점쳤다. 현재 공급 과잉으로 국제유가가 역사적 저점을 지나고 있지만, 최근 세계 정유 시설 증설이 수요를 따르지 못하고 소비도 빠르게 회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내년 우리나라 기름값 급반등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의미다.

KTB투자증권에 따르면 글로벌 정유사들은 일제히 내년 석유제품 수요 대비 공급이 부족할 것으로 내다봤다.

쉐브론은 내년 하반기 이후 몇 년간 석유 공급 부족 상태가 이어질 것이라는 과감한 전망을 내놨다. 글로벌 메이저, NOC(국영석유회사) 등 글로벌 석유 생산 기업이 지난해 대비 올해 40% 가까이 설비 투자 규모를 줄여 석유 생산량 감소가 예상되는 반면에 석유 소비량은 빠르게 늘고 있는 상황을 근거로 제시했다.

타이 오일은 내년 아시아·태평양, 중동 지역 정유 설비 증설 규모가 하루 25만배럴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수요 증가량에 미치지 못하는 규모다. 정제 마진 강세 현상이 지속되고 특히 휘발유는 내년 공급 부족이 더 심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 같은 전망이 현실화되면 국내 기름값 상승은 불가피하다. 공급 부족은 국제 석유제품 가격 인상으로 이어지는 데 정유사는 이 가격을 기준으로 내수 시장 공급가를 산정하기 때문이다. 현재 공급 과잉인 상황에서도 석유제품 가격이 강세를 보이는 것도 이 같은 전망에 무게를 싣고 있다.

4분기 두바이유 가격은 하락세를 보이면서 배럴당 40달러선으로 내려앉았다. 지난 18일에는 배럴당 39.64달러로 거래를 마감하며 40달러선이 일시 무너지기도 했다. 2008년 12월 31일 이후 최저치였다. 3분기 평균 49.9달러와 비교하면 20% 가까이 하락했다. 중국 경기 부진으로 석유 수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고 사우디를 포함한 OPEC 진영은 감산에 나서지 않고 있어 당분간 약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에 원유, 석유제품 가격 차이를 의미하는 정제마진은 급등했다. 신한금융투자에 따르면 3분기 배럴당 7달러 내외였던 복합정제마진은 11월 현재 10.7달러로 상승했다. 정제마진이 강세를 보인 상반기 평균이 9.8달러인 것을 감안하면 초강세다. 겨울철에 진입하면서 난방유 수요가 늘어 경유·등유·항공유 등 중질유 제품 마진이 상승했고 이례적으로 휘발유, 나프타 마진도 강세를 보이고 있다. 주행거리가 늘어나는 성수기인 4~9월이 끝나면 휘발유 마진이 급락하지만 올해는 상황이 다르다.

경유 마진은 지난 8월 배럴당 9.6달러까지 하락했다가 이달 들어 15.2달러까지 올랐고 휘발유 마진은 배럴당 17.5달러로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나프타 마진은 배럴당 6.3달러로 3분기 평균(-0.7달러)에 비해 급등했다.

이충재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국제유가는 저점을 유지하고 있지만 정제를 거친 석유제품 가격은 강세를 보이는데 이는 정제량 대비 수요가 우위에 있다는 뜻”이라며 “최근 글로벌 정유업계 설비 투자가 둔화된 사이 소비가 늘고 있는데 만약 공급 부족 전망이 들어 맞는다면 기름값 급등은 자명하다”고 말했다.


최호기자 snoop@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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