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중국에 뒤진 드론 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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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 연구원 한 명이 얼마 전에 중국 업체로 이직했는데 기술 수준이 우리나라를 앞섰다고 합니다. 더 놀라운 것은 그 업체에 소속된 각국 인재들이 휴일과 밤낮을 가리지 않고 일을 한다는 겁니다.”

얼마 전 만난 연구기관 관계자는 이 같은 말을 전했다. 중국은 이제 세계의 공장이 아니다. 단순 생산기지 차원을 넘어섰다. 세계 최대 공장이자 연구소이자 시장이다. 재화가 있는 곳에 사람이 몰리게 마련이다. 이제 기술과 인력도 블랙홀처럼 중국으로 빨려 들어간다.

그만큼 우리 산업 경쟁력은 약화될 수밖에 없다. 일부 산업 분야는 기술력도 추월당할 위기다. 골리앗 앞에 선 다윗 신세다. 드론은 대표적으로 우리나라가 ‘골든타임’을 놓친 분야로 꼽힌다. 드론 분야 세계 최대 기업은 대학생 창업으로 시작한 중국 DJI다. 세계 시장 70%가량을 점유했다.

우리나라 민관도 드론을 연구하지 않은 것이 아니다. 전문가용 드론 기술력도 확보했지만 대중화에 실패했다. 결국 드론 시장은 발 빠르게 쫓아온 중국 DJI에 넘겨줬다. 설립 후 출시한 첫 제품 ‘팬텀’은 700달러라는 파격적인 가격에 나왔다. 무엇보다 한 시간 정도면 조종법을 익힐 수 있을 만큼 쉽다.

DJI는 이제 취미용 드론 시장에만 머물지 않는다. 가격 장벽 때문에 시장을 형성하지 못했던 전문 영역 시장도 넘본다. 내년 출시할 농약살포 드론이 신호탄이다. 같은 제품을 우리가 먼저 개발했지만 이번에도 대중화 몫은 DJI 차지가 될 가능성이 높다.

거인을 이기는 방법은 많지 않다. 재빨리 치고 빠지거나 한발 빠르게 링을 옮겨다니는 방법뿐이다. 시장을 선도할 기술을 갖거나, 레드오션에서 빠르게 탈출해 새 먹거리를 찾아야 한다. 그러려면 업계 기술력은 물론이고 규제 개혁도 필요하다. 각종 규제에 막혀 제대로 된 시험 비행 환경도 가지지 못했던 드론 사례를 반면교사 삼아야 한다.


송준영기자 songjy@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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